My heartfelt story

LA 집 거실 마루깔기와 마루 재손질(refinish)

rejungna 2012. 2. 5. 08:56

6개월간의 집수리가 끝났다. 반년이란 시간을 공중에 뜬 기분으로 살았다. 긴 시간이었다. 작년 여름에 시작한 화장실 개조가 

시작이었다. 오래된 집에 오래 살고 있기 때문에 벌써 3번의 수리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수리는 달랐다. 구식이고 삐끄덕거리고

탈났던 곳을 정말 인내심을 가지고 천천히 하나하나씩 고쳐나갔다. 짐을 이 방 저 방으로 옮기면서 하는 수리여서 여간 복잡하고

힘든 것이 아니었다. 마음 같아서는 확 이사를 나갔다가 끝나면 사뿐하게 들어오고 싶었지만 그것 또한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다행이도 깔끔한 사람들을 만나서 믿고 우리 계획과 조율하면서 밀고 나갔다. 드디어 1월 20일이 대단원이 막내리는 날이었다.

더 이상 외부인들의 출입 없이, 시끄러운 소음 없이, 간식거리 준비할 필요 없이 살 수 있다는 것이 참 편하다. 몰라보게 깨끗하고

상큼해진 집에서 움직이는 하루가 마냥 즐겁다.

 

네개의 옷장만이 여전하고 많이 새로와진 집안 구석구석 중에서 마루 바닥이 내 가슴을 가장 뛰게 한다. 15년 전에 증축해서

콘크리트 바닥에 카펫을 깔고 살았던 아래층 방과 페미리룸(family room)의 카펫은 걷어내고 마루를 깔았다. 또, 이층 방 셋을

덮고있던 바래고 때타고 얼룩 많던 카펫도 걷어내고 그 속에서 잠자던 오크나무를 꺼내서 갈고 칠하는 재손질(refinish)을 했다.

거실, 식당방과 부엌 바닥 나무도 재손질했다. 집안 전체 마루바닥을 하나의 색깔로 통일하고 일체감을 주기 위해서다. 덕분에

이제는 어디나 마루가 반들거린다. 화장실만 빼고.

 

사실, 마루를 수리한 데에는 이유가 있다. 이곳 LA 에서는 주로 나무로 집을 짓는다. 그런데 termite(흰개미, 터미이트)가 집지은

목재를 갉아먹는다. 아주 조금씩조금씩, 그리고 천천히천천히. 마치 작은 물방울이 마침내는 바위에 구멍을 뚫듯이. 그래서

세월이 지나면 작은 힘만 가해도 부셔지는 속이 빈 나무가 이곳저곳에 생긴다. 그래서 LA서 집을 팔 때는 구매자가 집 전체를

텐트로 씌우고 터마이트 약을 왕창 뿌리는 절차를 했다는 확인서를 구입자에게 전해야만 매매가 성사될 수 있다. 내 집의

거실 바닥 두 군데도 밟을 때마다 쿨렁쿨렁했다. 흰개미의 활동을 의심케하는 부분이었다. 심하지않은 한 곳은 바닥은 말짱하므로

사람이 지하로 기어들어가서 단단한 나무를 대고 못을 박아서 감쪽같이 고쳤다. 하지만 다른 한 곳은 바닥이 얇고 작은 구멍마저

있어서 마루를 뜯어내고 안을 고친 후에 새 나무를 깔아야만 수리할 수 있었다.

 

 

드디어 마루 수리하는 날이 되었다.

문제 부분의 바닥을 뜯어보니 역시 짐작한 대로 였다. 커다란 구멍이 있었다 (위의 왼쪽 사진). 이 구멍 위에 얇아진 나무가

놓여있었으니 밟을 때마다 삐그덕거리고 쿨렁대지 않을 수 없었다.

 

마루 깔기와 재손질(refinish, 리피니쉬)은 기술을 요하기 때문에 전문가가 손대야 한다. 기존의 나무와 같은 재질, 크기, 두께의

나무를 주문하는 시작부터 경험과 지식이 필요하다. 더우기 우리 집은 1921년에 지은 옛날 집이어서 지금은 잘 쓰지않는

좁은 오크나무가 깔려있다.  요즈음은 이것보다 1/4 인치(inch) 정도 넓은 것을 깐다.

 

 

큰 기대감을 안고 마루고치는 과정을 카메라로 찍었다.

첫째, 구멍난 부분을 고치기 위해서 톱으로 속을 깔끔하게 정돈한다 (위의 왼쪽 사진). 그리고 단단한 나무를 정확한 크기로

잘라서 집을 받치는 뼈대 나무에 대고는 못을 박는다 (위의 오른쪽 사진). 거실 바닥 아래는 바로 지하실이어서

잘라낸 나무 틈새로 더운 물데우는 히터(water heater)와 난방 히터에서 뻗어나온 파이프가 보인다. 우리 집은

절반은 중력식 난방을, 절반은 중앙식 난방을 사용한다. 중력식 난방은 gravity furnice라고 부르는데, 가스를 사용하여 

덥혀진 더운 공기를 중력을 이용하여 파이프를 통해서 각 방으로 보내는 오래된 난방 시스템이다.

 

 

흰개미가 갉아먹은 부분을 수리한 후에 바닥 나무가 깔릴 넓적한 목재를 댄다 (위의 왼쪽과 오른쪽 사진).

두번째 순서는 나무를 까는 것이다. 깔기 전에 바닥을 골라야한다. 박혀있는 작은 못들을 전부 제거하고 (아래의 오른쪽 사진),

벗겨진 틈새도 잘 다듬는다.

 

 

정성들여 준비한 나무 깔 곳에 오크나무를 하나씩하나씩 대기 시작한다 (아래의 왼쪽 사진). 긴 나무를 길게 까는 것이 아니라

나무결이 서로 엇박자나도록 크고 작게 길이를 조절하면서 깐다. 못을 박는 망치는 스테이플 같이 생겼는데 누를 때마다

스테이플이 아닌 작은 못이 오크나무를 넓적한 바닥 나무에 예쁘고 가지런하게 박았다 (아래 오른쪽 사진).  

 

 

세번째 단계는 나무를 갈아내는 샌딩(sanding)이다. 원목에는 세밀한 구멍을 내어서 착색이 잘 되도록, 이미 색있는 나무는

그 색깔을 벗겨내기 위해서 한다. 샌딩 기계는 삼각형 모양의 무거운 쇠기계인데 진공청소기를 겸하고 있어서 찌꺼기가 나오는

동시에 이를 주황색 주머니 안으로 빨아들인다 (아래 왼쪽 사진). 샌딩의 역할의 중요성에는 한가지 더 있다. 새로 깔은

나무 바닥과 기존의 나무 바닥의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같은 높이로 만드는 역할이다. 새 나무는 조금 더 갈고 기존의 나무는

아주아주 조금만 갈아낸다 (아래의 오른쪽 사진). 다른 과정에 비해서 샌딩은 기술이 필요하다. 바닥 나무를 부러뜨리지 않으며

여기저기 파인 홈없이 빼끈하고 일률적으로 갈아야 하기 때문이다.

 

 

엄청난 먼지를 피운 후에 새 바닥과 기존의 나무 바닥이 구별되지 않는 샌딩이 끝났다 (아래 왼쪽 사진).

이제는 먼지와 톱밥을 거의 완벽하게 제거하면서 다음 단계인 착색을 준비한다. 

 

 

네번째 단계인 착색은 스테인(stain)이라고 불린다. 먼저 원하는 나무 칠색을 결정해야한다. 우리는 기존의 창틀과 문, 바닥과

같은 밝은 벽돌색을 골랐다. 스테인 역시 기존의 나무는 이미 색이 있고 새 나무는 색이 없기 때문에 새 나무를 우선적으로

칠해서 색이 배도록한다 (위의 오른쪽 사진). 아래 왼쪽 사진을 보면 3명이 일하고 있는데 착색도 쉽지않은 작업이었다. 

드디어 거실 바닥 전체가 일률적으로 곱게 물들었다 (아래 오른쪽 사진). 여기까지 마치면 마루 수리의 힘든 정점을 지난

것이며 생기는 먼지도 많이 줄어든다. 그리고 다 끝난 모습을 상상할 수 있어서 마음마저 가벼워진다.

 

 

착색이 끝나면 하루 동안 말린다. 다섯번째 단계는 버핑(buffing)이다. 버핑은 버핑기계를 이용하는데 색깔입힌 마루 표면을

매끄럽게 해주면서 색 위에 바를 광택 재료가 잘 스며들도록 나무에 보이지않는 구멍을 내주는 역할을 한다 (아래 왼쪽 사진).

샌딩보다 더 곱게 살짝 갈아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래서 버핑을 할 때도 밀가루 파우다 같은 나무 먼지가 많이 생긴다.

기계가 닿지않는 가장자리와 구석은 기계대신 손으로 사포(sand paper)질을 한다 (아래 오른쪽 사진).

 

 

버핑을 끝내고 다시 대청소를 한다. 그리곤 여섯번째 단계인 광택 도료(gloss)를 바른다. 이 때에는 글로스가 뭉치지않게

잘 펴발라야하는 것이 어렵다고 한다. 글로스를 다 바르면 마르도록 하루를 둔다 (아래 왼쪽 사진).

다음날에 일곱째 순서인 두번째의 버핑을 한다 (아래 오른쪽 사진).

 

 

 

두번째 버핑에도 적지않은 먼지가 나온다. 그러면 다시 청소를 하고는 마지막 단계인 아홉번째 순서인 두번째의 광택을

입힌다. 이처럼 마루깔기와 재손질은 샌딩 한번, 착색 한번, 버핑 두번과 괭택제 두번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집을 세 부분으로 나누어 일주일씩 할애해서 3주간을 먼지 구덩이에서 살면서 마루 수리를 마쳤다.

완전하게 마루 수리를 끝났을 때에는 너무 큰일을 해낸것 같은 대견함이 들었다 (아래 오른쪽 사진). 새로 나무를 깐 부분도

전혀 티남 없이 기존의 마루와 잘 섞인다. 정말 깨끗하고 정갈하다.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고 밟을 때마다 짜릿하다.

 

 

거실의 마루수리는 집수리의 마지막 부분이었다. 수리가 끝난 후 일주일 만에 짐을 옮겨놓았다. 예전의 가구를 같은 장소에

똑같은 모습으로 놓았다. 하지만 옛날 모습이 아니다.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 낮에도 (아래 사진 왼쪽), 햇빛이 적게 들어오는

늦은 오후 (아래 사진 오른쪽)에도 마루바닥은 곱다. 가구까지 돋보인다. 음~~~ 나까지 깨끗해진 신선한 기분이다.

지난 세월의 부족함도 다 날라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