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ta Barbara (산타 바바라)는 LA 에서 90마일 정도 북서쪽에 위치한 작고 예쁜 도시다. 집을 떠나면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딸이 성탄 선물로 준비했던 여행을 이제서야 가게 되었다. 서로 바빴고 가려던 주말에는 숙소가 이미 예약되어서 한번 더
미루었었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만큼 2박 3일간의 get away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는 것)는 알차고 신선했다. 많은 것을
짧은 시간에 보는 양적인 여행 보다는 여유있게 어슬렁거리는 게으름피는 여행이 더 편하게 느껴지는 탓인 지도 모르겠다.
숙소가 위치한 주택가의 가로수가 아주 인상적이다. 위에서 만나서 긴 아치를 만든 소나무가 여러 블락 계속된다.
다운타운으로 걸어가는 중에 인상적이어서 사진을 찍었는데 County Recording House (카운티 등기소) 빌딩이었다.
산타 바바라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아름다운 해변과 따뜻한 날씨와 산타 바바라 미션(Mission Santa Barbara)
건물이다. 리건 대통령의 목장 덕분에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서부 개척 시대에 엄청난 넓이의 땅이 한 사람의
소유인 경우가 많았다. 후에 그 땅은 매각되어서 주택으로 - 주로 부촌으로 - 개발되었다. LA 의 베벌리 힐스도 그랬고
산타 바바라의 부촌도 그런 방식으로 형성되었다.
산타 바바라는 생각보다 참 작다. 숙소와 가까웠던 탓에 아침이면 산보겸해서 커피집을 찿아서 걸었던 다운타운도 길 하나를 따라
남북으로 몇 블럭을 지칭한다. 그래도 그 거리에는(State Street) 볼거리가 즐비했다. 분위기있는 커피집과 식당이 넘쳤고, 다양한
쇼핑 윈도우는 충분한 구경거리를 선사했으며, 극장, 유적지와 박물관들도 모여있다. 멕시코의 땅이었던 캘리포니아는 스페인
건축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특히 산타 바바라의 건축물은 99% 스패니쉬 스타일이다. 도시 자체가 인디언들의 개종을 돕기 위해서
1786년에 세워진 산타 바바라 미션을 중심으로 뻗어나간 탓에 더 그러한가 보다.
숙소는 민박이었다. 딸이 vacation rental (휴가지 임대)를 구글링해서 목적지에 산타 바바라를 넣고 찿았다고 한다. 한국 돈으로
하루에15만 정도이다. 부엌만 없었지, 방과 거실과 욕실 그리고 작은 베란다는 훌륭했다. 때마침 22년만의 최악의 한파가 닥쳤던
때이어서 밤에 약간 추웠던 것이 험이었다. 하지만 딸이 춥다고 메일을 보낸 후로 벽 하나 건너에 사는 주인이 읽었는지 다음 날
부터 집 안 온도가 5도 이상은 올라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주인인 엄마는 휴가떠났고 딸이 잠시 들려서 돌보고 있었다. get away
숙소로 안성마춤인 곳에서 머물렀다.
나는 산타 바바라의 볼거리 세가지만을 소개하려고 한다. 산타 바바라를 처음 방문 하는 사람들은 피어(pier)를 꼭 가봐야 한다.
긴 피어 다리를 걸으면서 바다와 배도 구경하고, 맛있는 해산물 음식도 사먹고, 기념품 가게를 기웃거려 보아야 한다. 하지만
나는 이미 피어를 세번이나 방문했었기 때문에 다시 방문하고 싶었던 산타 바바라 미션, 처음 방문한 더글라스 가족 보존지
(Douglas Family preserve)와 다운타운 정도만 포스팅한다.
중세에 유럽인들은, 특히 스페인은 태평양 연안에 New Spain 을 건설하고 싶어했다. 그 일환책으로 인디안들이 카톨릭으로
개종하도록 21개의 미션을 지었다. 스페인의 프란시스칸 신부와 수사들이 미션의 임무를 수행했다. 산타 바바라 미션은 이들이
10번째로 건축한 건물인데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mission 이란 말은 포교 행위를 하는 행위도 뜻하고, 종교 행위를 하는 사람이
사는 건물을 지칭하기도 한다. Fermin Lasuen 신부님이 1786년 12월 4일에 지었다는 산타 바바라 미션은 풍광이 너무 좋은 곳에
위치해 있다. 산타 이네즈 산과 태평양 물 사이에 놓여있다. 절묘하게도 우리가 출발했던 일요일 날의 오후 3시에 성당에서는
샌루이스 오비스포 심포니의 '사계' (four season) 공연이 있었다. 하루 전에 이 프로그램을 알게된 탓에 몇 장 남지 않았던 표를
구하기 위해서 한 시간 일찍 도착해서 줄을 섰다. 뒤와 옆 산의 정기를 받으면서 파랗게 넘실거리는 태평양을 마주한 역사적인
건물의 성스러운 장소에 울려퍼지는 '사계'는 자연과 문명, 과거와 현재가 어울러진 천상의 음악 소리였다.
뒤에는 산, 앞에는 물! 파란 하늘 안에 잠겨있는 눈앞의 태평양은 아득하게 보인다.
진지하게 four seasons 을 감상하는 사람들이 아름다운 성당 안을 가득 채웠다.
대부분이 음악 애호가인 듯이 무의식적으로 리듬에 얼굴이나 목이나 몸을 맞추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재미있었다.
연주 도중의 intermission (휴식 시간)에 잠시 바깥으로 나온 사람들이 담소를 하고 있다.
다음 날에는 아침을 간단히 먹고 산타 바바라의 해안이 내려다 보이는 Douglaus Family Preserve(더글라스 가족 보존지)로 향했다.
이 곳은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절벽(bluff) 위에 위치한 해안 공원이다. 경치좋은 빈터를 그대로 내버려두어서 공원으로 발바꿈
시킨 곳이다. 개들은 줄없이 마음껏 뛰어 놀면서 사람들과 어울린다. 이 곳에는 피크닉 시설이나 화장실 시설이 없다. 오로지 천연
원시의 자연만이 존재한다. 사방으로 통하는 trailer(산보길)이 다양하고 야생화들이 자유롭고 참나무들이 듬직하게 서있다.
이 곳은 1997년에 지금의 지명으로 바뀌었다. 이 아름다운 터를 건설회사가 사서 택지 분양을 하려고 했었다. 주민들은 돈을 모으기
시작했다. 하지만 자금이 턱없이 모자했다. 포기해야할 마지막 순간에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가 돈을 엄청나게 기부했다. 결국
주민들은 이 땅을 자연만이 만질 수 있고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휴식지로 지킬 수 있었다. 이 때부터 이곳의 지명은 아버지 배우
커크 더글라스 이름을 따서 '더글라스 가족 보존지'가 되었다.
한 트레일을 따라서 걸었다.
공원을 걸으면 왼쪽 해안에는 물결이 넘실거리고, 오른쪽에는 야생화 속에 개들이 뛰어오고 뒤를 이어서 사람이 걸어온다.
bluff(절벽) 밑 저 아래쪽에 비치가 보인다. 집도 있고 주차장도 있다. 태평양은 깊고도 아주아주 파랗게 햇빛을 반사하고 있다.
bluff 위에서 내려다 보이던 Arroyo Burro 비치다. 이 비치가에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많았다. 아직은 추운 겨울이라서
물에서 노는 사람은 없었지만 모래가 너무 고와서 맨발로 걷고 싶은 충동을 주는 그런 곳이다.
다운타운은 State Street 길을 따라서 북으로는 Sola Street, 남으로는 Ortega Street 사이를 걸어다니면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주의할 것은 골목 안의 앙증맞은 스페니쉬 양식의 작은 건축물들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다 볼 수는 없더라도 탐험가 기분으로
길가쪽과 안쪽을 기웃거려야 구경을 만끽할 수 있다. 작은 것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다면 다운타운을 더 더욱 즐길 수 있다.
한마디로 산타 바바라는 get away 장소로 최적지였다. 우아하게 잠시 쉬었다가 다시 현실로 돌아오기에 적절한 도시다.
State Steet과 Victoria Street 이 만나는 곳이다.
길 곳곳에 벤치를 두어서 관광객들을 배려하고 있다.
건물 안으로 들어가서 안쪽의 가게들도 구경해야한다.
유명한 그라나다 공연장이다. 내가 간 날에는 서커스 공연이 있어서 가족 무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산타 바바라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알링톤 극장이다. 특히 산타 바바라 국제 영화제가 열리는 곳이어서 더욱 유명하다.
건물은 1930년에 미션 양식의 첨탑을 상징으로 하고 지었다.
유난히도 아름다운 골목길이 나를 꽉잡았다. 빵냄새나는 빵집과 커피향나는 커피집과 우아한 식당들이 모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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