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LA 최고의 쇼핑 메카인 그로브몰(the Grove)의 성탄 준비

rejungna 2013. 11. 22. 12:58

주말에 급하게 필요한 물건이 있어서 집에서 제일 가까운 the Grove 에 들렸다. 그로브몰은 LA 에서 단연 가장 유명한 몰이다.

몰의 주차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년말이 코앞에 다가왔음이 강하게 풍겨왔다. 다음 주에 추수감사절이 있고, 또 년말년시에 몰릴

많은 쇼핑 고객을 더 많이 끌어들이려고 성탄 준비가 장난이 아니었다. 올해도 여느 때처럼 야단법석인 크리스마스 트리 점화식이

이미  끝난 상태여서 화려한 치장을 한 성탄나무가 높이 서있지만 그 외의 자질구레한 장식도 많은지 일꾼들은 손을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이 몰은 해마다 남가주에서 가장 키가 큰 성탄 나무를 세워서 메스콤의 관심을 엄청 끌곤한다. 그 덕에 작년에는 하루에만

9만명 이상의 구경꾼들이 모였다고 한다.

 

 

발걸음의 속도를 늦추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말이지만 오전인 탓에 아직은 한산하다. 무엇을 하면서 한 해를 다 보내고 벌써 마지막

달의 전 달이 되었는지... 시간의 흐름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 많은 사람들은 올해를 어떻게 보냈을까? 불연듯 시간의 흐름을

천천하게 느끼는 젊은 사람들이 부럽다. 나이듬에 따라 시간의 흐름은 빠른데 무엇을 했던지가 가물거린다. 잠시 생각해 보니 올 해의

반 이상을 집을 떠나서 지냈다. 그 덕분에 새로운 것들을 접했었고 그 만큼 보고 느낀 것이나 생각은 예년과는 달랐다. 그 다름을

알아차렸던 것이 올해를 지내면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2002년에 문을 연 그로브몰은 LA 거주민들의 쇼핑 메카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오랜 역사를 가진 famers' market 과 나란히 있어서

시작부터 인기를 얻었다. 분위기가 미국적이며 유럽스타일이어서 한국 사람들도 아주 좋아한다. 미국 연예인들도 즐겨 쇼핑하는

가게들이 즐비해서 유명 연예인이 떳다하면 가게 주인은 가게문을 닫고 일반인 고객들의 눈을 차단한다. 나도 한국이나 타지역에서

손님이 방문하면 LA 소개차 이곳으로 데려온다. 좋아할 것을 분명히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로브몰을 다녀온 다음 날에 the LA Times 기사에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관한 흥미로운 기사를 읽었다. 남가주의 여러 군데의

유명몰의 주인들은 나무 높이 1 foot (약 0.3미터) 당 $1,000 씩을 더 지불하면서 서로 더 큰 나무를 원한다고 한다. 가장 높은

성탄 나무라는 타이틀은 아주 매력적이어서 값어치있는 특별한 왕관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그 나무를 보려고 밀려드는 인파들은

몰에 입주한 가게들에겐 최고의 성탄 선물이 된다. 작년에는 그로브몰이 110 feet (33.53미터)의 나무를 선택함으로써 남가주

최고라는 영예을 안았다. 덕분에 성탄 나무 점화식이 있던 날에는 취재진들과 인파들로 근처 도로가 마비될 지경이었다.

 

 

윗 사진에는 2013년 그로브몰의 성탄 나무가 노드스트롬 백화점과 그릇과 가구을 파는 크레이트 엔드 베럴 가게의 네온 사인을

벗삼아 11월 밤 하늘에 아름답고 화려하게 반짝거리고 있다. 이 나무는 100 feet (30.48 미터)로 남가주 최고의 높이가 아니다.

하지만 그로브몰 측은 주변 장식에 알맞는 아주 적당한 높이라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올해의 최고 높이의 영광은 어디로 갔을까?

올해는 LA 다운타운의 남동쪽에 위치한 Citadel Outlet (시타델 아울렛몰)의 나무가 왕관을 차지했다. 이 몰의 주인은 110 feet

높이의 값에다 $25,000 을 얹어서 115 feet (35.05미터) 의 나무를 구입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유명 몰들에 성탄나무를

조달한 회사는 같은 회사라고 한다. 회사 주인은 몰 주인들을 상대로 기막힌 니치(niche) 마켓을 찿아낸 것이다.

 

 

 

아직도 성탄 준비 중인 이국적인 그로브몰은 많은 눈요기감으로 쇼핑객들을 끌어모은다. 언제 방문해도 시간 낭비란 느낌을 주지

않는다. 커피 한 잔을 마셔도 우아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이다. 주말이면 콘써트 공연, 모두 다 함께 댄스, 애완 동물의 시간,

공짜 시식, 활인 큐폰 등등으로 다양하게 우리를 유혹한다. 이곳을 방문하면 쇼핑을 하든 눈요기만 하든 남녀노소 누구나, 가족, 친구,

연인, 학생, 아기들, 모두모두가 행복해 한다. 건물을 따라서 높이 길게 늘어선 화려한 성탄 장식 전구가 반짝일 때마다 땅에서

길을 걷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반짝인다. 뭔지 모르는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나도 그 화려함 속에 빠져서 화살 처럼 달아나는 

올해를 보내야만 하는 아쉬움과 왠지 모를 시린 가슴을 덮고 활짝 크게 미소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