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올해도 제 몱을 다하고 과거의 문으로 들어가고 있다.
년말이 될 때마다 희미하게 새어나오는 아쉬움은 '아니, 벌써?'란 나지막한 신음 소리가 되어 입술 사이로 새어나온다.
'한해를 아쉬움없이 지냈었나?' 자문에 '응, 그런 것 같아.' 작은 자신없는 자답이 퉁겨져 나온다. '그렇다면 다행이구, ㅎㅎ'
몇밤만 더 자고나면 다시는 살아 갈 수 없는 2013년을 예년과 조금 다르게 회상해보픈 마음이 들었다. 생각 끝에 올해에 방문했던
여행지들, 그리고 잠시 머물렀던 곳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남고 지금도 다시 가보고 싶은 장소 10 곳을 골랐다. 아무리 아름답고
황홀하고 가슴을 뛰게하고 인상적이었 곳이라도 흐르는 시간은 꿈 속에 거닐었던 것 처럼 그의 생생함을 살짝 흐리게 만든다.
비록 기억의 전부가 선명하지 않아서 지금은 가슴곁에 적당한 크기의 잔재만이 남아있지만 자국없는 내 작은 발자국이 그 곳을
지나갔었기 때문에 그 곳들은 잠시 나의 생의 일부였었다. 그래서 소중하므로 적어본다.
1. 뉴욕 미드타운의 the Grand Central Terminal Station
짧은 기간 동안 아주 자주 방문했다. 이 곳에 들어서면 경외감, 들뜸과 기대감이 엄습했다. 건물도 웅장하지만 수많은 플랫폼에
사방 팔방으로 곧고 길게 뻗은 기차길은 묘한 향수와 함께 설레임과 애잔함을 주었다. 나는 이 모든 감정의 복합체에 흥분했다.
뉴욕의 맨하탄이란 장소와 기차역이란 이미지가 만나서 묘한 감정을 더 강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나는 터미날 안의 Zaro's 란
빵집에서 7곡 식빵을 즐겨 사먹었었다. 이것 또한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다.
2. 캘리포니아주의 Santa Barbara
LA에서 자동차로 북서쪽으로 대략 두 시간 반을 달리면 나오는 해변가의 아름다운 도시다. 작지만 역사깊고 운치넘치고 공기좋고
깨끗하고 매력넘치는 도시이다. 아침의 따끈한 빵과 향긋한 커피가 연상되는 예쁜 도시다. 산, 바다, 해안, 하늘, 사람의 조합은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다시 찿고 싶은 곳이다. 특히 산타 바바라 미션 내의 성당에서 감상했던 비발디의 '사계' 는 일품이었다.
3. 서울의 경복궁
경복궁에는 조선 왕조의 얼룩진 역사가 살아서 숨쉰다. 방문했던 11월 초가을에는 화려한 단풍이 경복궁의 고난의 세월을
감싸주고 있었다. 1395년 태조 때에 창건되었는데 1592년 임진왜란 때에 화재를 당했다. 그 후 1892년 고종 2년 대원군에
의해서 재건되었지만 1910년 한일합방 후에 조선 총독부가 세워지는 모욕을 당했다. 해방 후에 조금씩 재건되어서 현재의
모습에 이른다. 근정전, 강녕전, 교태전, 경회루 등을 둘러보았다. 사랑스러웠다.
4. 뉴욕의 Bryant Park
브라이언트 파크를 첫 뉴욕 여행 중에 처음으로 찿았을 때는 인상적이지 않았다. 대도시 안의 아주 작은 오아시스 정도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맨하탄의 미드타운에 오래 머물면서 브라이언트 파크의 의미와 아름다움을 알게 되었다. 점심 때면 공원에서
먹거나 쉬기위해서 주변의 사무실에서 쏟아지는 인파들, 지친 관광객들이 마음과 다리를 잠시 멈추어 서는 곳, 거주자들에겐
자연을 접하고 계절 따라 다양하고 짜임새있게 쉴 수 있는 공원. 정말 한치의 버림도 없이 완전하게 이용되는 공원이다.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을 벤치에 앉아서 물끄러미 바라보면 뉴욕을 한층 더 깊게 이해할 수 능력을 얻는다.
5. 뉴욕의 the South Street Seaport
뉴욕의 명물인 브룩클린 브리지가 바로 보이는 사우스 스트리트 시포트는 기대 이상으로 좋았다. the East River 강가를 끼고
미국의 19세기 모습과 현재의 모습을 두루 갖고있다. 지리적으로 금융가와 인접해 있어서 모여드는 사람 또한 무척 다양하다.
야외에 길게 늘어선 음식 텐트들은 유럽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주었으며 새로 건축한 Pier 17은 항구를 한층 더 활기차게 한다.
다양한 이벤트를 할 수 있는 공간에서는 예술가들과 음악인들이 미식가들과 관광객들과 뒤엉켜서 행위 예술을 보여주고 있었다.
항구에서 올려다 본10월의 뉴욕 하늘은 더 없이 맑고 화사했다. 멋진 하늘이었다!
윗 사진의 왼쪽 앞의 건물이 pier 17 이며 뒷 배경으로 브룩클린 다리가 보인다.
아랫 사진은 브룩클린 브리지를 땅 위에서 올려다 보면서 찍은 것이다.
6. 서울의 삼청동
삼청동에는 종로에서 오래 살았던 나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이 서려있다. 학생 때는 새벽마다 부모님을 따라서 삼청공원에서
베드민톤을 동내 어른들과 치곤했다. 돌아다니는 성격은 아니었지만 부모님과 이웃 마실을 잘 나갔다. 행복한 눈빛으로 맛난 것을
잘 사주셨던 아버지는 맛집으로 식구들을 데리고 다니셨다. 강남으로 이사가기 전까지 삼청동은 나의 마실 동네 중의
하나였었다.
길 좁고 옛집이 다닥다닥 어깨를 마주하던 추억의 삼청동이 이제는 아기자기하고 예쁘고 다양하고 운치있게 탈바꿈했다. 그
때문인지 한국을 방문하면 친구들 중의 누군가는 항상 나를 이 곳으로 안내했다. 덕택에 동네를 빠짐없이 걷기도 했고, 차로
훝기도 했고, 심지어는 대형 관광 버스를 타고 높은 시야에서 내려다 보면서 어린 시절에 저장했던 기억을 되살리려고도 했었다.
한국인들은 나이와 성별에 관계없이 삼청동을 자랑스러워하고 사랑한다. 예쁜 카페에서 맛나는 커피마시는 것을 즐기는 나 역시
삼청동을 좋아한다. 어쩌면 그렇게도 예쁜 카페가 즐비한지... 또 맛집들도 마음에 쏙 든다. 독특하게 개성넘치는 카페와 유명
식당들 사이로 가끔 나타나는 옷가게, 갤러리, 구두 가게, 예쁜 소품점들은 색다른 재미를 쏠쏠히 준다. 삼청동은 전통, 현대,
개성, 눈썰미, 디자인, 맛 등으로 걷는 이들의 발길을 잡고 눈을 즐겁게 하는 매력넘치는 곳이다.
7. 뉴욕 맨하탄의 the Plaza Hotel
맨하탄의 명소 중의 명소인 플라자 호텔과의 첫 만남은 the Todd English Food Hall (토드 잉글리쉬 식당)에의 방문이었다.
식당 분위기는 활기있고 아름다운 호텔만큼 세련되며 맛 역시 최상이었다, 바로 길 건너의 the Cental Park 는 호텔 방문을 더욱 더
들뜨게 했다. 호텔서 하룻밤을 숙박하는 호사를 하면서 구석구석을 탐험할 기회도 있었다. 호텔로 사용되는 면적이 예상보다
작아서 아쉬웠지만 우아하고 넓직한 클래식한 방은 마음에 꼭 들었다. '한여름 밤의 꿈'같았던 체류였으며 뉴욕 방문을 피부로
느끼게 한 곳이었다. 아름다운 호텔 로비를 기웃거려 보거나 the Palm Court 에서 차 한잔 마실 것을 추천한다. 호텔 주변의
맛집들 또한 놀라울 정도로 다양하고 품격있었다.
8. 캘리포니아주의 Sycamore Hot Spring
LA 에서 북서쪽으로 190마일 떨어진 온천은 아담하고 낭만이 넘치는 도시인 San Luis Obispo (샌루이스 오비스포) 시 근처의
작고 예쁜 Avila Beach (아빌라 비치)에 자리를 잡고 있다. 또 근처의 조개잡이와 클램차우더 스프로 유명한 Pismo Beach
(피스모 비치) 와 Shell Beach (셀 비치)는 전형적인 California Beach 의 해변 풍경을 보여준다. 30분 거리의 Edna Valley에
자리 잡은 약 20 군데의 포도원들은 캘리포니아산 포도주를 시음할 수 있는 낭만을 선사한다. 한마디로 시카모아 온천장은
대도시를 벗어나서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다. 다양한 크기의 방을 선택할 수 있으며 질좋은 유황물,
격조있는 시설, 등산과 트렉킹을 할 수 있는 좋은 주변 환경 덕분에 다시 찿고 싶은 휴가지이다.
9. 캘리포니아주의 Palm Spring
팜스프링스는 LA 에서 동쪽으로 107 마일(172 km) 거리여서 2시간 정도 힘차게 달리면 도착한다. 자못 이국적인 풍경의 휴양지로
유명하며 눈요기할 것들이 많아서 친척들과의 모임이나 손님 대접 장소로 훌륭하다. 근처에는 물좋은 온천들이 있고, 그 유명한
트램(케이블카)을 타고 산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샌 하신토 산(San Jacinto Mountain) 정상에 오르는 멋진 경험을 할 수 있다.
다운타운에서는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 등이 아주 풍부해서 시간보내기 좋다. 또 30분 거리의 아이들와일드(Idyllwild)는
산 속의 예쁜 작은 마을인데 마을로 오르는 길의 양옆 풍경은 절경의 연속이다. 팜스프링스는 짧은 시간 동안에 알짜 여행을
할 수 있는 행선지이다.
10. 로스 에인젤레스의 the Grove shopping mall
그로브몰은 집과 가장 가까운 몰이어서 가끔 가는 곳이지만 LA 를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명소이기도 하다. LA 의
최고 부자 중의 한 사람인 Rick Caruso 가 2002년에 건축했는데, 남가주에 화려한 유럽풍의 고급스런 야외몰의 유행을
이끌었다. 그의 철학은 뉴욕처럼 대도시에 주거 지역과 근접한 위치나 주상복합으로 몰을 건축해서 밀레니움 세대들의 임맛을
충족시키자는 것이다. 성탄 씨즌에는 마치 디즈니랜드의 꿈의 궁전을 방불케하는 화려한 장식으로 수많은 쇼핑객, 방문객,
여행객의 발길을 잡아끌고 있다. 또 몰과 인접해 있는 the Farmers' Market 은 LA 의 가장 오래된 관광지의 하나로 그로브몰의
인지도를 더 높이 올려주는데 일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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