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포스팅하지만 지난 7월 23일에 쓴 글이다. 맘적 여유가 없어 포스팅이 늦어졌다.)
세상 사람들을 크게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 그만 둘 때를 아는 사람과 다른 이를 파괴해서라도 가진 것에 매달리는 사람 말이다. 바이든 대통령과 전 대통령 트럼프도 이 두 가지 범주로 구별된다. 오랫동안 두 사람의 대결로 무미건조했던 대선이 갑자기 짧은 시간만에 급변했다.
6월말부터 7월에 걸쳐 3주 반 동안의 놀라운 사건 세 가지로 인해 미국 정치가 요동을 치고 있다. 가히 지각변동이라 할 수 있겠다. 6월 27일의 바이든 대통령의 재난적인 토론, 7월 13일의 트럼프에 대한 암살 시도, 7월 21일의 현직 대통령의 재선 포기 선언이다.
역사적으로도 종종 대선 투표 일을 앞두고 각본에도 없는 중대한 사건들이 발생하곤 했다. 1968년 3월, 린든 존슨 대통령이 베트남 전쟁 관련 TV연설 끝에 갑자기 재선 포기를 발표한 후 며칠 만에 마틴 루터 킹 주니어가 암살된 대 사건이 발생했다. 국민들의 분노와 슬픔이 대선 가도를 바꾸었다. 2008년 9월, 경제 위기가 선거판을 흔들었을 때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이었던 바락 오바마는 이를 기회삼아 주도적인 인물이 됐다. 2016년 10월, 트럼프의 여성 신체 부위를 언급했던 지난 인터뷰가 갑자기 떠올랐다. 몇 주 후 힐러리 클린턴의 이메일 조사를 재개하겠다는 FBI 국장 제임스 코미의 편지 공개는 클린턴의 패배에 큰 역할을 했다.
공화당 전당 대회에서 지지자들은 단결된 모습으로 암살 시도를 천운으로 이겨낸 트럼프에게 열광했다. 트럼프는 공화당 대선 후보로 등극하면서 자신과 정치적 결이 같고 충성파인 39세 J.D. 밴스를 부통령 후보로 선택했다. 한편, 트럼프와의 토론 후 캠페인 중단 요구에 시달리던 바이든은 코비드에 걸려 며칠 칩거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이 때에도 그는 캠페인 복귀 계획을 말했다. 하지만, 실제 아주 조용히 그는 최측근들을 불러 모았고 사퇴를 준비했다.
바이든은 종종 자신은 운명을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1987년의 첫 대선 도전이 표절 의혹으로 접었던 것을 회고하며 2007년에 “사람의 묘미명은 그 사람의 마지막 전투에서 쓰여진다”고 주장했다. 역사학자 존 미첨에 의하면, 첫 임기의 대통령은 오로지 재선만을 생각하며, 재임한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유산에만 전념한다고 한다. 컬럼비아 대학의 대통령 역사학자인 티모시 나프탈리는 위대하거나 이에 가까운 대통령은 적절한 시기의 적절한 인물이라 했다.
위기에 빠진 기업이나 국가를 책임질 새 지도자는 제일 먼저 직원들 및 정치 지도자와 유권자들과 소통해야 한다. 바이든의 지지와 그의 선거 캠페인 자원을 승계한 부통령 카멜라 해리스의 행보가 놀라울 만큼 광폭적이다. 바이든이 사퇴를 발표하고 해리스의 지지를 선언한 날 오후에 해리스는 100여명의 의원, 당원, 노동 지도자, 활동가들과 통화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선거 구호가 “해리스 대통령 만들기”로 바뀐 선거 캠프를 방문해 직원들과 인사했다. 사람들은 통치되기 전에 먼저 새 지도자의 뜻을 듣기 원하기 때문이다.
지지자와 기부자들은 바이든의 사퇴와 해리스 대선 승리 가능성에 화답했다. 사퇴 발표 후 24 시간 동안88만 8000명 이상이 8100달러를 기부해서 ‘24시간 모금 최고 기록’을 세웠다. 당의 화합을 보여주려는 듯이, 민주당 주요 인사들은 클린턴 부부를 선두로 하루 이틀 지나면서 속속 해리스 지지를 발표했다. 또한, 해리스의 잠재적 경쟁자들이었던 민주당 대선 후보 예상자들도 모두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더욱이 해리스는 이틀만에 민주당 지명자가 될 필수 선거인단 수도 확보했다.
이제 해리스는 러닝메이트 선정과 전당대회를 통해 민주당 대선 후보로의 지명만 남겨두고 있다. 해리스의 등극으로 한껏 고무된 민주당에는 새로운 선거 도우미가 대거 모집됐고, 역대 최고령 대통령을 상대로 준비하고 그의 나이를 조롱하던 트럼프 캠프는 젊은 적수를 대적하게 됐다. 11월 대선은 아주 흥미진진하고 정의로운 선거가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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