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해리스 대 트럼프 토론과 그 영향

rejungna 2024. 9. 21. 06:45

어제 카말라 해리스와 도널드 트럼프의 2024년 대선 TV토론이 필라델피아의 국립헌법센터에서 ABC 방송 주최로 열렸다. 90분 동안 진행된 토론은 활기찬 공격과 국민이 직면한 주요 정책 문제에 대한 긴장감 넘치는 논쟁으로 가득했다.

 

 

 

두 사람은 지난 5월에 양당의 대선 캠페인이 토론의 세부 사항을 협상할 때만 해도 서로 대적할 상대가 아니었다. 해리스는 7월 초 바이든 대통령이 물러난 후 혜성같이 등장해 대선 가도를 바꾸었지만 그녀에 대한 유권자들의 궁금증은 숙제로 남았다.

 

토론은 압축된 대선 캠페인의 유일한 토론이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50여일 남은 대선 판도의 승패를 가를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평가됐었다. 해리스는 본인을 소개하는 기회이자 변화를 원하는 유권자들에게 극심한 분열의 시대를 극복할 수 있는 후보임을 보여줄 필요성이 있었고, 트럼프는 재집권 자격에 대한 시험대를 통과하기 위해 인플레, 범죄, 이민 문제에 대한 유권자들의 우려가 전부 해리스의 책임이라는 전략을 쓸 것으로 예상됐었다.

 

토론 후 민주당 지지자들은 자신을 새로운 세대의 지도자로 묘사한 해리스의 강력하고 절제된 토론 진행에 크게 안도했다. 그녀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로 처음부터 트럼프를 수세에 몰아넣는 전략을 구사했다. 트럼프가 동요하도록 심기를 건드렸고 그 의도는 여러 번 적중했다. 트럼프는 초반에는 절제된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토론이 진행될수록 짜증을 냈고 자신의 발언에 대한 진행자들의 사실 확인에 대해 분노했다.

 

해리스는 자신을 중산층을 대변하는 실용적인 문제 해결사로 내세운 반면에 트럼프를 취임 첫날에 독재자를 지망하는 사람으로 폄하했다. 트럼프는 해리스를 급진주의자로 묘사했으며, 바이든 행정부와 해리스를 묶어서 강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특히 이민 문제를 여러 번 비판했는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선거는 보통 현 정권에 대한 심판이다. 그러나 해리스는 트럼프의 기질과 법적 문제 등을 거론해 선거를 트럼프에 대한 심판으로 돌리려고 했고 이는 어느 정도 성공했다. 한편, 높은 물가와 생활비에 대한 유권자의 불만이 큰 것을 인정해 첫 주택 구입, 출산, 비즈니스 개업 시에 세금 감면을 내세운 경제 플랜을 홍보하면서 반 트럼프 유권자와 무당파 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으려는 포용적인 메시지를 전했다. 반면에 트럼프는 새로운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 내기 보다는 자신이 선거 유세에서 자주 쓰는 언어들을 반복하면서 핵심 지지층의 결집에 중점을 두는 토론을 진행했다.

 

토론 전 트럼프의 지지도는 45%였다. 2016년과 2020년 대선 때 그의 지지율 역시 45%였다. 45%는 대선 승리를 위해 충분한 득표율이 아니다. 그래서 트럼프는 유권자들이 해리스를 바라보는 시각을 부정적으로 바꾸어야 했는데 도리어 해리스가 대통령 다운 면모와 미래지향적 긍정성을 투사하는 것을 허용하는 실수를 저질렀다.

 

토론 후 워싱턴 포스트 신문은 아직 지지 후보자를 결정 못한 경합주에 거주하는 유권자 25명에게 토론 관전 의견을 물었다. 이들 대다수는 해리스의 승리라고 대답했다. 그녀 캠페인은 토론 종료 한 시간 후에 두번째 토론을 제안할 만큼 토론 결과에 만족했다. 더욱이, 인스타그램 팔로우가 3억명에 가까운 거물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의 지지를 얻는 엄청난 개가를 올렸다.

 

 이번 토론이 선거 판세를 바꿀지는 지켜봐야 한다. 전문가들은 토론으로 트럼프의 지지도가 바뀔 것을 예상하지 않는다. 또한, 남은 50일은 대선에 여향을 줄 또 다른 놀라운 사건이 발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라고 한다. 하지만 토론이 열렸던 펜실베니아 주의 일부 카운티는 다음 주부터 조기 투표에 들어간다. 대선 투표는 이미 막이 올랐고, 유권자들이 지지 후보를 결정할 시간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