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이 타이타닉호(Titanic)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퀸메리호(Queen Mary)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퀸메리는 크기 면에서 타이타닉이 한 척 반 들어갈 정도로 거대한 배로, 한 때는 대서양을 왕복하는 가장 빠른 운송 수단이었다. 승객 2,139명과 선원 1,100명이 승선했다고 한다. 나는 그런 퀸메리호를 구경하고 하루 밤을 지낼 기회를 가졌다.
퀸메리호는 오션 라이너(ocean liner)라고 블린다. 이것은 다양한 곳을 도는 크루즈선과는 달리, 정해진 두 지점만을 오가는 항로로 사용되는 선박을 뜻한다. 퀸메리는 대서양을 횡단하는 교통 수단으로 첫 항해를 시작했고, 30년이 지난 1967년에 퇴역했다. 퇴역 이유는 연료비와 유지비 상승, 그리고 새로운 교통 수단인 비행기의 등장으로 경쟁력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퀸메리는 영국 선박 회사에 의해 건조되었고, 미국 뉴욕과 영국 사우스햄프턴(Southhampton) 사이를 정기적으로 왕복했다. 당시 가장 빠른 대서양 횡단 수단으로, 단 5일 만에 바다를 건넜다고 한다. 덕분에, 그 당시 미국과 유럽을 방문하는 유명 인사들은 대부분 퀸메리를 이용했다. 영국의 윈스톤 처칠 수상을 비롯하여 영국 여왕의 모후, 그리고 할리우드 배우인 클라크 케이블, 엘리자베스 테일러, 오드리 햅번, 찰턴 헤스톤 등 수많은 유명 인사들의 이름이 거론된다.
제 이차 세계 대전 당시에는 미군을 운송하는 군함으로도 사용됐다. 무려 16,000명의 군인을 운송했으며, 미국이 참전 한 후로 60만 마일을 항해했다고 한다. 하지만 1967년, 캘리포니아 주 롱비치(Long Beach) 시가 배를 인수해 박물관과 호텔로 활용하기 위해 영구 정박시켰다. 지금은 인근 롱비치 켄벤션센터를 방문한 비지니스 여행객들이 숙소로 많이 이용하는 듯하다.
선박 내부는 옛 모습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보수 공사가 이루어진 듯했다. 배 전체에서 역사의 흔적을 느낄 수 있었으며, 특히 엘리베이터가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내부 투어 프로그램도 여러 개 있었는데, 나는 "Steam and Steel" 투어를 선택했다. 덕분에 배의 가장 밑 바닥까지 내려가 볼 수 있었다.
투어 이름 그대로, 철로 만들어진 거대한 기계들을 이용하여 스팀을 생산하고, 이를 이용해 항해했다는 의미가 담겨진 투어 같았다. 1920~30년대에 건조된 배임에도 불구하고 기계들은 매우 모던한 느낌을 주었고, 각 장비의 종류와 기능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놀랍게도 소방용 스프링클러 시스템도 갖춰져 있었다. 바닷물을 데워 만든 스팀으로 거대한 4개의 프로펠러를 돌려 배를 움직였다고 한다.
5명의 엔지니어가 기계들을 작동시켰는데, 긴박한 상황에서는 실내 전화와 전보 시스템을 통해 항해사들과 소통하면서 대처했다고 한다.이렇게 큰 배를 조정하는 일은 매우 고된 일이었고, 특히 배를 멈출 때도 금방 정지시키지 못하고 배가 계속 3마일이나 움직였기 때문에 뉴욕에 도착하더라도 엔지니어들은 한 번도 시내 구경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배에서 하선하면서 세상의 모든 것은 역사 안으로 사라질 때가 있음을 상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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