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하버드 대학은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거센 압박을 받고 있다. 트럼프는 26억 달러 규모의 연방보조금을 동결하고 정부 계약을 취소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이러한 외부적 압박 속에서도 하버드 대학은 특히 하버드 비지니스스쿨(HBS)을 중심으로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오늘날 미국에서 셀럽들이 가장 받고 싶어하는 초청장 중 하나가 바로 HBS의 연사 초청장이라고 한다. 이들 사이에서는 "하버드에서 연설하는 것이 진정한 성공의 증표"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연설에의 꿈을 이룬 셀럽들은 연설 후 HBS 로고 앞에서 찍은 사진을 감동적인 글과 함께 SNS에 공유해 개인 브랜딩의 기회로 삼는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올 봄 하버드 연사 명단이 코첼라 축제를 방불케 했다고 보도했다.
이처럼 대학들이 비전통적 연사들을 초청하는 것은 셀럽과 소셜미디어 인플루언서들이 막대한 비지니스 제국을 구축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는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기업의 CEO나 금융전문가 같은 전통적 리더들이 인기 연사였지만 이제는 킴 카다시언, 카일리 제너, 제이지, 리하나, 미스터 비스트 같은 셀럽 기업가들이 주요 연사로 자리 잡았다.
하버드가 올해 초청한 연사들을 보면 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다. 프로바이오틱 탄산음료 'Poppi'를 만들어 최근 펩시에 19억 5천만달러에 매각한 인플루언서 앨릭스 얼(Alix Earle)은 '브랜드 구축'에 관해 강의했고, 코미디 프로그램 세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출현진 마르셀로 에르난데스(Marcello hernandez)는 '쿠바 문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음악가 로린 힐(Lauryn Hill)과 빌리 아일리시의 오빠인 피니어스(Finneas)는 '명성과 창의성'에 대해 강의했다. 또한, 독특한 콘셉트의 서점 '클라이맥스 북스(Climax Books)'를 운영 중인 이사벨라 벌리(Isabella Burley)도 연사였으며, 감성 기반의 브랜드 '바론치니(Baroncini)'를 운영하는 바론치니 부부도 '취향과 감정지능의 중요성'을 주제로 학생들을 만났다. 이들은 모두 비전통적인 방식으로 성공한 인물들이다.
이사벨라 벌리는 대학 졸업장도 없는 자신이 초청을 받은 것에 크게 감동했고, 바론치니 부부는 "열정이 없다면 제품을 전혀 팔 수 없다"고 강조해 학생들의 동감을 이끌었다. 강의 수강 후 한 학생은 "비지니스스쿨 학생은 본질적으로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며, "기존의 틀을 벗어난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해야만 한다고 여겨지는 일에서 벗어나, 하고 싶은 일에 눈을 돌리게 해준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처럼 셀럽들의 하버드 연설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현대 비지니스 환경의 근본적인 변화를 반영한 현상이다. 지금은 개인이 브랜드가 되는 시대이며, 미디어와 상업이 융합한 세상이다. 콘텐츠가 제품이 되고 팔로우 수가 자산이 되는 세상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그램은 새로운 브랜드의 무대가 되고, 소비자들은 전통적 기업보다 셀럽과 크리에이터에게 더 큰 신뢰를 보내는 세상이다.
가까운 미래에는 기업 대표의 캐릭터와 세계관이 곧 마켓팅 전략이 될 것이며, 크리에이터 기반의 비지니스는 더욱 확산될 것이다. 인공지능의 영향으로 테크와 개인 브랜딩의 결합된 리더쉽이 각광받고, 이론 학습과 실무 컨텐츠 제작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비지니스 교육도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므로, 하버드 BHS의 인프루언서 초청은 무엇을 파느냐 보다, 누가 어떻게 파는냐가 더 중요한 시대적 풍조를 반영하려는 교육 기관의 미래지향적 움직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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