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artfelt story

나의 열정은 도대체 어디로?

rejungna 2008. 4. 3. 08:05

 

신문에서 읽었던 에세이 글 중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꿈, 끼, 깡, 꾀, 꼴, 끈" 이라는 6 가지의 ㄲ 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었다.

꿈은 dream, 끼는 ability 나 inclination, 깡은 guts 또는 courage, 꾀는 wisdom, 꼴은 apprearance, 끈은 connection 을

의미한다고 풀어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내 안에서 이끌어내는 힘은 열정, passion 이 아닌가 한다.

요즈음의 나를 돌아보면 열정의 "열" 자도 보기 힘든 것을 느낀다.

쌓이는 나이와 함께 소잔해진 것인지, 아니면 귀찮아진 것인지 정확한 원인 규명을 할 수는 없지만

아무리 재미있거나 신나는 것을 보아도 금방 나의 아드레날린이나 티라민이 올라가는 것을 느끼질 못하겠다.

잠시 후에 이런 자각이 느껴질 때는 조금 서글퍼진다.

휴~~ 내가 점점 왜 이렇지!!!

 

열정이란 사람이나 목적물에 대해 갖는 주체할 수 없는 강한 감정(intense emotion)이다.

 

내가 세상에 태어나서 엄마, 특히 아버지에게 향했던 무한대의 믿음,

그리고 사춘기로 접어들면서 언젠고 만나게 될 이성이나 책과 영화 속의 이상향에 갖는 강한 동경심,

선을 통해 만난 남편과 결혼을 전제로 한 남녀 간의 진지한 만남으로 이어지면서 생겨났던 무한대의 희망,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기르면서 자연스럽게 발생되는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욕구와 책임감,

자녀의 성장으로 주어지는 해방감 속에서 잃어버렸던 자신을 다시 재발견하고 싶은 갈증,

사회생활을 하면서 반사적으로 추구하는 성공에 대한 집념,

장년을 넘어서면 앞으로 맞을 노년의 희망을 놓지않고 인생을 잘 마무리하고 싶은 본능 등등...

이 모든 것을 열정이 주도한다.

 

학생 시절에는 웃음이 왜 그렇게도 많았었는지 생각만 해도 재미있다.

제과점에 앉아서 맛있는 빵을 쳐다보기만 해도, 골목 길에 있는 포장마차 떡볶이 집에서 팔고있는 오뎅 국물의 냄새만 맡아도

신이났었고 기분이 좋아졌었다.

버스 정거장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학교의 남학생들의 까까머리가 재미있어서 웃었다.

미지의 세계인 미래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지만 씩씩하게 살 자신이 넘쳐었다.

결혼장에 선 신부가 된 나에게 미스 코리아 같다고 하시던 신부님의 말씀이 바로 희망의 메세지로 나를 들뜨게 했었다.

꼬마였던 아들과 딸이 놀이터에서 노는 모습을 보기만 해도 가슴이 설레였고 희망이 솟앗었다.

내가 이끌어낸 부동산 deal (거래)를 마무리 할때는 하늘을 나는 기분이었고,

아이들이 바라던 학교에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을 때는 내가 입학한 듯이 환희의 소리를 질렀다.

내 식당의 점심 때에 길게 늘어선 미국인들의 줄은 나를 감동시켰고,

내 손길이 필요한 이들은 손을 내밀어 내 자존심을 지켜주었고,

시부모님 생신에 며칠을 준비해서 마련한 음식을 식구와 손님들이 맛있다고 먹으면 어깨가 으쓱했다.

아들이 "엄마 좋아해!" 라고 내 등에 기대면 온 세상을 얻은 듯 했었고,

영화에 십취해서 감동에 싸인 눈물을 흘릴 때는 내 심장 속에 쌓여있던 모든 화나 독이 다 녹아내리는 듯한 뜨거움에 떨기도 했다.

이 모든 것의 원동력은 열정이었다.

 

이처럼 지나간 나의 열정은 내 삶에 강한 자국을 남겼다.

여행 중에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고독하게 나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려고 애쓰던 것도 다 열정이 있기 때문이었다.

대학때문에 멀리 떠난 아이들의 도착을 기다릴 때의 뛰는 가슴은 열정 때문이었다.

한국의 친정 방문을 위해 비행장에 혼자 남겨질 때의 흥분되는 마음은 열정 때문이었다.

한국이건 미국이건, 어린 시절이건 나이가 들었을 때이건 학교 강의 시간에 반짝이던 내 눈은 열정 때문이었다.

식구들이 나를 실망시키고 화나게 만들었어도 또 웃을 수 있는 것은 지난 날의 열정을 잊지않기 때문이다.

딸 아이의 date 이야기에 빠져서 내가 동경하는 자유로운 사랑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도 열정 때문이다.

그런데 내 영혼을 뒤흔들 수 있는 energy 는 간 곳이 없고 placid 한 평온 만을 구하고 있다니...

 

열정은 쓰지않으면 점점 무뎌지고, 식어버리고, 불편해지지만 쓰면 쓸 수록 날카로와지는 칼날 같다.

열정과 함께 도전 의식도 던져버리고 "좋은 것이 좋은 것이야" 하면서 지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러다가 늙기도 전에 영원히 안일함에 묻혀버릴까 걱정이 된다.

대충 살 것 같아서 무섭기도 하다.

반짝이던 내 눈동자는 어디 있는지...

 

청춘같은 뜨거운 열정에 다시 감싸이고 싶다.

내 주위의 작은 것들을 통해서 나에게 들어오기를 바란다.

다시 마음 속에 열정을 지피고 싶은 강한 열망마저 놓치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