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에 한국을 온통 뒤흔들고 있는 미국산 소고기의 수입과 광우병에 대한 반응을 보고 생각이 많아서 블로그에 몇 자 올려본다.
한국에서 어린 중고등 학생을 선두로 촛불 시위를 할만큼의 위험성을 가진 미국 쇠고기를
나는 이곳서 오랫동안 아무런 부담감 없이 먹고있다.
지금은 식구들의 저녁 메뉴로 잘 올리지는 않지만,
미국 소고기는
내 집을 방문하는 손님들에게 뒷마당의 바베큐로 가장 자주 대접하는 나의 단골 메뉴의 재료이다.
한국에서는 먹으면 죽을 것 같고 남에게 먹이면 살인이라도 할 것 같은 미국 쇠고기를
나는 이곳 LA 의 한국 마켓에서 LA 갈비나 통갈비란 이름으로 파는 고기를 사서 정성들여서 키위와 배, 양파를 넣고 간장에 잰 후에
냉장고에 24시간을 보관했다가 갖가지의 쌈과 해물전과 더불어 손님들을 대접한다.
적당히 간이 들은 고기를 바베큐 그릴에 올려놓고 굽기 시작하면
온 몸의 신경과 후각을 다 건들이는 듯한 독특한 냄새가 우리 집을 벗어나서 온 블락에 진동을 한다.
하지만 이 냄새는 분명히 맛있는, 입속에 군침이 돌게하는 냄새이다.
이제는 Korean Barbeque 에 대한 지식을 갖춘 미국인들도 많아져서,
한국 갈비와 불고기의 냄새와 맛을 아는 이웃은 나중에 나에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이렇게 잘 재여진 LA 갈비를 공원 또는 야외에서 먹으면 그 맛은 정말 더 환상적이다.
나는 지난 토요일에도 남편 친구 10분의 부부들과 함께 20명이 뒷마당에서 갈비 파티를 했다.
하지만 손님 중의 그 아무도 갈비가 미국산이라고 위험하다고 불평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단지 너무 타지않게 구워달라는 요청이 있었을 뿐이다.
모두들 간이 알맞고 맛있다고 많이 먹어서 주부를 기쁘게 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LA 갈비에 와인을 곁들이면 서편으로 떨어지는 해와 동무가 되는 것 같은 묘한 흥분과 만족감이 느껴진다.
하루를 무사히 보내고 집으로 발길을 돌리는 어느 집 가장의 가벼운 발걸음과 같이 가슴이 따뜻하고 충만하다.
오곡으로 지은 잡곡밥과 살살 녹는 갈비, 풍성한 야채, 상큼하게 입안에서 씹히는 해물전과
와인 잔에 담겨지는 보라 빛의 포도주, 이 모두의 어우러짐이 선사하는 풍성함과 만족감...
아! 진정한 행복은 이런 것이 아닐까?
음식이 주는 만족감과 행복은 상상 이상으로 대단하다.
그릇에 잘 담겨진 갈비를 먹는 친구들의 입을 바라보면서 한국의 소고기 파동은 머리 속에서 까맣게 잊혀졌다.
한국민들은 한국 정부와 사회에 대한 불신이 너무 큰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하다.
외국인들에게 가끔 한국 식당서 미국 고기로 만든 한국 음식을 다양한 반찬들과 함께 대접하기도 한다.
이 때에 듣는 이들의 감탄 소리는 나를 뿌듯하게 하며, 내가 한국 문화의 전도사가 된 듯한 기분이 들게도 한다.
한국에서는 미국 소고기에 대한 불신이 너무 커서 온 국민이 이를 성토하고 수입 결정을 내린 대통령을 탄핵하려고 한다.
대통령의 성급한 결정과 절차를 소홀리한 책임에 대한 파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이렇게 까지 사태가 비약되는 것이 진실의 폭로 때문인지 아니면 누구의 잘못인지 나는 잘 모른다.
사태 시작에 대한 명확한 원인은 있지만, 지금 까지의 과정이 모호하고, 이를 오도한 사람들도 많은 것 같다.
이 세상의 어떤 먹거리도 100% 안전한 것은 없다는 의미에서의 반대라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나와 소중한 가족, 친지들이 지난 25년간 먹어온 미국 소고기의 안정성에 대해서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하지는 못하지만,
경험적인 증거(empirical evidence)는 충분히 제시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세상의 어떤 음식도 먹는이에게 완전한 안전을 주지 못한다는 것을 상기하면 망설여지기는 하지만...
그러나, 내가 잘 살고 있고, 내 아들과 딸도 아주 건강하게 자기 일을 잘하고 있으며,
나와 함께 미국 고기를 먹어온 다른 Korean-American 들도 아무 탈이 없이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이 먹거리의 안정성을 위해 정한 법규가 이곳서 잘 준수되고 있으며,
또 미국 정부가 국민의 건강을 해치는 음식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다는 것에 대한 믿음을 갖고있다.
나는 고기가 몸을 산성으로 만들어주어서 몸에 해롭지만 않다면,
가끔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계속 즐거운 바베큐 파티를 할 것이다. 마당에서든지 야외에서든지.
광우병의 부담을 느끼지도 않으며(이제는 한국의 광우병 사태로 인해서 의식을 하고 있지만)
함께 나누는 맛의 행복을 갖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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