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떠나서 내가 자던 잠자리가 아닌 다른 곳에 몸을 맡기고 하룻 밤을 지내는 것은 처음같은 떨림의 새로운 느낌을 준다.
어렸을 적에는 집만 떠나면 발은 가볍고 가슴은 붕붕 뜨면서 날라갈 것 같았었다. 마치 별 천지에 있는 나만의 꿈을 좇아가고
있다고 여겼으리라.
그 때 그 시절만큼 새로운 것에 대한 굉장한 흥분은 없지만, 나만의 세계를 두들겨볼 수 있는 여행은 아직도 가슴을 콩콩 뛰게한다.
(횡성 자연 휴양림의 산림욕장)
지난 주에 다녀온 강원도와 충청도 일부의 여행에 대해 아직도 할 말이 많고 담아내고 싶은 장면들도 많다.
세계의 모든 이들이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지켜보는는 경제, 미국에서의 바이든(BIden) 과 페일린(Palin) 부통령 후보자들의 토론,
한국에서의 유명한, 돈과 인기와 미모를 가졌던, 강인한 이미지의 여배우였던 최진실씨의 자살...
이 모든 탁한 현실과는 상관없이 닫혀진 세계에서
보고 싶은 것만을 골라서 보고, 먹고 싶은 것만 골라먹고, 함께한 이들의 익숙한 소리만을 들으면서 새로움에 빠져보는 것이
여행의 묘미인지도 모르겠다.
LA 에서 매일 밤 10시에 TV 에 방영되는 여러 연속극을 통해서 친숙해졌던 최진실씨의 죽음은 그 녀가 마치 어두운 긴 여행을 떠난 듯해서
이 글을 쓰면서 왠지 막막하고 씁씁하다. 시한이 정해지지 않은 긴 여행을...
우리가 생각하는 보통의 여행은 다람쥐 챗바퀴같은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서 자유를 누리다가 어는 싯점이 되면 회기해서
시작했던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가게 만드는 기를 우리에게 불어넣어 주는 힘이 있다.
그래서, 기간이 정해진 유한의 여행이기 때문에 아쉽움은 있지만 슬픔은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LA 를 떠나서 유한의 한국행 여행을 하고, 또 다시 유한의 길을 떠났다 돌아왔으니 이것은 분명 축복이다.
내가 두번의 step 을 뒤로 밟으면서 제 자리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 말이다.
(LA 에서 가까운 La Jolla 비치가 모습이다.)
강원도 횡성 주변과 충청 북도 단양과 충주를 돌아다녔던 3 박 4 일 간 나는 많은 것을 보면서 그 순간의 행복에 취하고 싶었다.
사방으로 높이 솟은 산들을 바라보면서 그 속에 서있는 씩씩한 나무처럼 마음 아픈 일이 있어도 울지말고 위만 보겠다는 생각도 했다.
내 가슴에 있지만 함께 할 수 없는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그들과 함께 했던 소중한 순간들을 -
차 창 밖에 무심하게 지나가는 풍경들을 카메라에 담아 내듯이- 액자에 영원토록 곱게 집어넣고 가끔 빼서 보고도 싶었다.
한 쪽 문을 닿으면 다른 쪽 문을 열어주신다는 주님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희망적인 마음가짐으로 살자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소유하고 싶은 많은 것들이 있지만 내 손에 든 것이 가장 귀한 것이라고 자신에게 이야기 해주었다. 바로 나와 함께하고
내 눈 앞에 보여지는 이 모습이 현재의 나에게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작게 말했다.
무엇보다도,
믿고 신뢰하는 사람들이 내 삶의 버팀목이 되어주기에 혼자서도 외롭지 않게 제한된 시간과 갇혀진 공간 안에서의 나를 즐길 수 있었다.
(횡성 자연 휴양림에 도착하기 전에 들른 역사적 가치를 지닌 풍수원 성당은 기대 이상으로 아름다운 곳이었다.
한국에 세워진 4 번째 성당이며, 한국인 신부님에 의해서 세워진 첫번째의 성당이라고 한다.
아주 넓고 큰 대지에 성당, 기념관,14 처, 신부님들의 묘지, 피정 센타, 산책로 등등으로
옛 선조들의 고달프면서도 강인했던 감동적인 신앙의 삶을 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첫날의 잠자리이었던 횡성 자연 휴양림은 너무 아름다운 곳이었다.
주변의 나무, 물과 돌은 아주 잘 어우러져서 가슴이 아릴 정도의 빼어난 아름다움을 창조했으며,
숙소인 케빈 또한 새 건물로 아담하고 편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다.
특히, 두 군데 삼림욕장에 있는 약수물과 옹달샘은 자연이 만들어낸 기막힌 물 맛으로 신선놀음을 하는 느낌을 갖게했다.
옹달샘이라는 것을 생전 처음 보았기에 더욱 더 인상적이었다.
케빈 바로 앞에 있는 골짜기 물은 어려서 보던 정능 골짜기의 시냇물을 보는 것 같아서 이 곳의 물소리는 마음을 평화롭게 했다.
하룻을 지냈던 케빈의 모습이다. 안에는 spiral 계단 위의 이층에 loft 가 있어서 더욱 더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처음에 배정된 케빈은 지은지 5,6년 되었다는데 약간 우중충해서 관리 사무실에 이야기해서 바꾸었다.
산림욕장 주변의 경관이 참으로 빼어났다. 이 길을 걸으면 마치 꿈 속을 걷고 있는 기분이었으며,
잠시 하늘 나라를 방문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바로 이것이 옹달샘이다. 땅 속에서 솟아오르는 물이 돌들이 모여서 만든 천연 우물에 고여서 생긴 옹달샘.
"깊은 산 속 옹~달샘, 누가와서 먹나요... " 란 동요가 떠오른다.
나무, 풀, 물, 돌과 벗삼아 걸어가는 길!!!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간다면 더 멋질 것 같았다. 가슴이 터질지도 모르므로 혼자인 편이 나을 지도 모르겠다.
신비하게 보인다. 석탑도 있어서 보이는 것들이 더욱 더 예사스럽지가 않다.
고국을 방문해서 이런 아름다움을 맛볼 수 있는 기회를 가져서 감사하고 고마운 마음이 든다.
이렇게 한국의 강원도 횡성에서 자연의 미에 포로가 되어서 나를 잊고 지냈던 것을 잠시 회상해 본다.
나와 세상 사람들의 어려움과 아픔을 잊고서 닫혀진 세계에서 하룻 밤을 지냈던 느낌을 이렇게 적어본다.
'집 떠난 곳들(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여행- 엄마와 딸, 딸과 엄마 (0) | 2009.04.15 |
---|---|
a visit to my son, a third-year medical student, and Cleveland Clinic (0) | 2009.02.25 |
찐빵과 강냉이-안흥 (0) | 2008.10.01 |
숯굽는 마을-한국여행 (0) | 2008.09.26 |
또 하나의 나의 세계 - 한국 방문 (0) | 2008.09.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