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거나 좋은 것들

영화감상-Gran Torino(Clint Eastwood 감독, 주연)

rejungna 2009. 1. 14. 11:57

지난 주말 일요일 저녁에 Gran Torino 란 영화를 보았다.

영화 선택에 있어서 나의 첫째 목차에 있지는 않었지만, 관람 동안 점점 내용에 빠져들었고 상연 후에는 아주 강한 잔상이 남았다.

영화가 끝나고 아름다운 음악과 함께 출연진을 소개하는 자막이 나올 때도 금방 일어서지 못하고 한참을 앉아있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만이 아니라 꽤 많은 다른 관객들도 그대로 정지한 채로 앉아있었다.

 

인생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하게 하는 영화였다.

I am wondering what would be my legacy after I die...

 

Gran Torino 는 78살이나 된, 영화가 인생 자체인 Clint Eastwood 가 감독하고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이다.

여전히 영화가 남긴 흔적으로 부터 완전하게 빠져나오지 못한 다음 날인 월요일 아침의 신문과 인터넷 뉴스는

Gran Torino주말 동안 미국 영화 box office에서 일위 차치했다는 소식을 크게 전하고 있었다.

 

 

 클린트 이스트우드Walt Kowalski(왈트 코왈스키) 란 이름의 아주 불평많고 타협치않고 고집센 성격의 한국전쟁 참전 용사이다.

영화는 부인을 잃고 성당에서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죽음은 bitter and sweet 하다 고 설교하는 신부님의 강론은 암시적으로 "죽음은 무엇일까"를 관중들에게 던진다.

왈트는 장례식에 온 아들 둘과 손자 손녀들이 몹씨 못마땅하다.

아버지를 old and racist 로 취급하면서 무엇을 얻기만 하려는 자식들과

제멋대로 자란 손자손녀들의 옷차림과 행동거지에 전혀 가족의 정을 느끼지 못한다.

 

장소는 미국 자동차 산업의 중심지인 Detroit시 어느 주택가로,

왈트가 사는 동네는 백인들이 빠져나가고 점점 Hmong 인들로 채워지고 있다.

    (참고: Hmong인들은 중국 남부에 많이 사는 산악 지방 부족들로 18세시 이후에 정치적인 이유로 베트남, 라오스, 타이랜드, 버마로

     많이 이주했으며, 1970년 이 후로는 서방 세계로 이민을 해서 미국에는 캘리포니아주의 Fresno(프레스노) 와

중부의 Saint Paul 과 Detroit 에 많이 살고 있다고 한다.)

 

50 년간 Ford 회사에서 일하고 은퇴를 한 왈트는 1972년 산 자동차인 그랜 토리노 아주 소중하게 여긴다.

그리고, 그의 집 지하실에 있는 궤짝에는 총기, 추억의 사진들과 훈장 하나가  보관되어 있는데, 이 훈장 또한  그의 보물이다.

이렇게 과거의 추억과 기억 속에서 자기 아집에 갇혀서 사는 그가

옆집에 사는 아빠없이 자라는 10대 소년인 타오를 갱으로 끌어들이려는 동네 멍(Hmong)갱들로 인해서

본의아니게 타오(Thao)와 타오의 누나인 수(Sue)와 가까와 지면서 스토리가 전개된다.

 

가난과 갱들의 폭력으로 점점 황폐해가는 동네는 흑인 갱, 라티노 갱과 멍(Hmong)갱들에게 시달린다.

이 중에서 악랄한 멍(Hmong)갱은 수줍고 소심한 타오를 자기네들 집단으로 끌어들어오기 위해서 집요하게 온갖 위협을 가하고

타오가 왈트의 그랜 토리노 차를 훔치도록 만든다.

그러나, 용감무쌍한 왈트는 총을 들고 이를 저지하고, 멍갱들까지 격퇴함으로써 졸지에 동네의 hero 가 되며,

타오의 누나인 Sue(수)의 노력으로 옆집 멍인들과 처음으로 교류를 시작한다.

또, 타오 엄마의 간절한 부탁으로 차를 훔치려고 했던 타오의 잘못을 사죄하는 댓가로 그에게 일을 시키게되면서 타오와 친밀해진다.

 

Gran Torino 영화는 미국에서 작년 12월 초에 처음으로 개봉되었었다.

미전역에 개봉된 것이 아니라 일부에서만 제한적으로 상영되었다가,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좋은 영화란 추천이 커질 때 쯤인 지난 주말에 처음으로 전국 상연을 하면서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내었다.

 

나는 이 영화를 작년에 "Quantum of Solace" 란 007 영화를 관람했을 때에 예고편을 보았었다.

너무 deep 하게 저음으로 깔리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목소리가 알아 듣기 어려웠고 식상한 내용이라는 인상을 받았었다.

흔히 신문이나 책에서 접할 수 있는, 위험한 주거 동네에서 일어나는 라이벌 갱들의 이야기라고만 여겼었다.

하지만, 클린트 이스크우드라는 거물 영화인이 아시안 배우들을 무더기로 기용해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에서는

궁금증과 함께 무척 특별한 인상을 받았었다.

 

노익장의 Clint Eastwood 는 참으로 멋지게 연기한다.

그는 자기 집의 잔디를 밟거나 무단으로 침입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서부 영화처럼 총을 겨누어서 내쫓는다.

그런데 그의 폼이 전혀 어색하지 않으며, 남루한 주변 동네와 대비되면서 맡은 역에 썩잘 어울린다.

갱들의 하는 짓거리를 보면 총으로 응징하려는 그를 억지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나오는 바로 그 차는 아니지만, 이 차가 Gran Torino  모습이다. 

어떤 영화 평론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포드차 처럼

기울어진 자동차 산업의 도시인 Detroit 의 이미지가 잘 묘사된 영화라고 했다.

 

 타오와 가까와진 왈트는 학교도 다니지 않고 일거리도 없는 타오가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건설 현장 사무소장에게 찿아가서 남자답게 일자리를 청하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서

예습으로 먼저 동네 이발소를 방문해서 남자답게 머리를 깎아달라고 이야기하는 법을 가르친다.

이 때에 서로 이야기하는 내용이나 태도가 무척 웃음짓게 만든다.

 

머리를 자르고 준비된 일꾼이 된 타오왈트가 건설 사무소장에게 데리고 간다.

그리고, 동네 hardware store(철물점)에 들려서 첫 월급을 타면 그 때에 갚으라면서

건설 현장 일에 필요한 연장들을 사준다.

하지만, 멍(Hmong)갱들은 자기들을 피해다니면서 가담도 하지 않는 타오의 연장을 빼앗고 얼굴을 담배불로 지진다.

이에 화가 난 왈트는 혼자 갱들이 혼숙하는 집을 찿아가서 그 중의 한명의 얼굴을 주먹으로 난타한다.

그의 이런 보복에 화가 난 갱들은 타오의 집에다 기관총으로 벌집 구멍을 내며

타오의 누나 Sue 를 끌고가서 폭행을 해서 온 몸을 만신창으로 만든다. 

 

누나 가 멍갱들에게 당한 것에 분노한 두 사람은 복수할 것을 논의한다.

그러나, 왈트타오를 진정시키고 치밀하게 계획을 짜기 위해서 오후 4시에 다시 자기 집으로 오라고 한다.

 

그 사이에 왈트는 차근차근하게 죽을 준비를  한다.

왈트의 죽은 아내와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고해성사를 끊질기게 권유하던 신부님을 찿아가서 고해성사도 하고,

양복도 가봉하고, 여유있게 목욕도 하며, 사랑하는 개를 말도 통하지 않는 옆집 할머니에게 부탁한다.

(나중에 생각을 해보니 양복은 수의로 쓰기 위함이다.)

 

오후 4시가 되어서 타오가 왈트의 집으로 다시 왔을 때에

왈트는 타오를 지하실에다 가두고 혼자 갱들의 집으로 향한다.

그의 인기척에 집안에 있던 모든 갱들은 잔디에 서있는 그에게 총을 겨누고, 왈트는 주머니에서 담배 한개피를 꺼내 문다.

그리고는 담배불을 안주머니에서 꺼내겠다고 말한다.

그가 안주머니에 손을 넣는 순간에 갱들은 왈트를 향해서 일제히 발사를 한다.

그는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동네에 사는 멍인들은 자기 집에서 속수무책으로 이를 지켜보고 있다.

 

멍(Hmong)갱들이 무서워 말도 못하던 동네 사람들은 왈트의 죽음을 지켜본 현장 증인이 된다.

그 동안 증거가 없어서 손을 쓸 수 없었던 경찰은 증인들과 총을 몸에 지니지도 않았던 왈트의 정상을 참작하고

갱들을 체포할 수 있게된다.

 

왈트가 남긴 유언장에는 그의 집은 교회에,

그가 애지중지하던  Gran Torino 차는 타오에게 주라고 써있다.

 

영화가 끝난 후에도 나를 잠시 그대로  머물게 했던 것은 영화의 논리적인 측면이 아니라,

자신의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알게된 왈트가 자신의 몸을 던져서

수십년 살던 동네와 주민들, 그리고 앞길이 창창한 젊은 이들를 무법자인 갱들의 폭력으로 부터 합법적인 방법으로 구하려는 마음이었다.

 

나이 들어서 자식들 다 떠나 보내고, 그리고 배우자도 잃고 혼자서의 인생을 살게 될 때의 인생의 꿈, 가치와 목적은 무엇일까?

내가 그런 경우에 처한다면 그 때에도 꿈을 구면서 열정적인 삶의 방식을 갖으려고 애쓸까?

 

한번 왔다가 한번에 돌아가는 인생에서 귀한 것과 지킬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해주는 영화다.

"죽음이란 육신과 영혼의 서로 갈림을 말한다."

good cause 를 위해서, 가치있는 일을 위해서, 사랑하는 이를 위해서 죽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