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묘하고 특이한 영화를 보았다. 본질은 분명히 로맨틱 코메디인데 사이파이(sci-fi)가 가미되어서 약간은 종잡을 수 없고
괴기하였다. 하지만 긴 여운울 준다. 영화 대사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말 처럼 히치콕 감독의 작품이 연상된다. 또 그의 손에
만들어진 영화들의 특징 같이 휴양지(retreat) 라는 한 장소에서만 촬영되었다. 그래서 단순하고 지루할 수 있는 배경이다. 제목은
the one I Love 으로 '내가 사랑한 사람은'이라고 번역을 하면 알맞은 듯하다. 한 마디로 입소문으로 유명해진 영화다.
참신하고 창의적인 영화라는 평을 받고 있다. 제작진은 이미 본 관객에게 영화 내용에 대해서 함구해 줄 것을 부탁하였다고 한다.
놀라운 반전이 있기 때문에 모르고 관람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는 이유에서다.
영화는 감독 Charlie McDowell (찰리 멕도웰)의 데뷰작으로 그는 첫 작품부터 큰 호평과 주목을 받는 사람이 되었다. 출연진은 아주
단촐하다. 남자 주인공 Ethan (이튼) 역의 Mark Duplass, 여자 주인공 Sophie (소피) 역의 Elisabeth Moss 와 테라피스트
역의 Ted Danson, 이렇게 세 사람이 전부다. 테드 댄슨은 한 순간만 나오며 상영 시간 90 여분 동안 줄곳 마크 더글라스와
엘리자베스 모스 두 사람만 출연한다. 영화는 보편적인 주제를 참신하고 독창적인 방법으로 전개해서 관객들의 감정이입과 몰입을
이끌어낸다. 마크 더글라스와 엘리자벳 모스는 이튼과 소피라는 인물을 눈부시게 감성적으로 창조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작가
Justin Lader 이 겨우 50 페이지의 대본을 써주면서 나머지는 배우 두 사람이 즉흥적으로 연기하고 대사하기를 권했던 것이다.
영화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나는 spoiler 가 될 것 같다.):
이튼과 소피는 무너지는 결혼을 지키기 위해서 탈출구를 찿으려고 애쓰는 부부다. 사랑의 불꽃은 이미 오래 전에 사그라들었고
언제 대화나 섹스를 나누었는 지도 모른다. 이튼은 바람을 피웠고 소피는 용서하려고 애쓴다. 부부는 꺼진 불씨를 되살리고 처음
만났을 당시의 행복과 떨림을 되찿으려고 그 때처럼 남의 집의 풀장에 몰래 뛰어드는 모험을 하기도 했다. 그들은 행복은 좋았던
과거의 기억으로 부터 다시 만들어져야 한다고 믿는다. 테라피스트의 상담을 받고 있는데 그는 멀지 않은 휴양지에서 둘만의 주말을
보내면 이곳에 다녀왔던 다른 커플들 처럼 불꽃을 되살릴 수 있다면서 강력 추천한다.
하지만 영화는 부부가 휴양지로 떠나기 전 부터 이상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테라피스트와 상담하는 부부의 모습이
왠지 혼란함을 준다. 강한 인상을 풍기는 이튼과 소피의 모습이 나오고 분명히 같은 부부인데도 옷이나 머리 스타일이 다른 때문인지
다른 느낌을 주는 부부의 모습도 나온다. 위와 같이 안경을 낀 이튼과 경직된 표정의 소피 부부와 안경을 벗은 이튼과 여성스러운
머리 모양으로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소피 부부가 번갈아 나온다. 뭔가 석연치 않다.
이튼과 소피가 찿은 휴양지는 본채 (main house). 풀장, 그리고 손님채 (guest house)가 있는 나무가 많은 큰 집이다. 메인하우스는
어딘지 우울하고 어두운 반면에 게스트하우스는 밝고 로맨틱하며 따뜻한 느낌을 준다. 본채에서 수영장을 지나서 쪽문을 통과하면
손님채가 있다. 짐을 푼 부부는 함께 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냈고 소피는 정원을 돌아다니다가 게스트하우스를 발견한다. 호기심에
안으로 들어서니 이튼이 있었다. 둘은 사랑을 나눈다. 다시 본채로 돌아온 소피는 소파에서 자고있는 이튼을 발견하고는 놀라서
어떻게 벌써 왔는지를 묻는다. 조금 전의 일에 대해서 다른 기억을 갖고있는 두 사람은 티걱태걱한다. 이튼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사랑을 나누었다는 소피의 말에 그런 적이 없다면서 화를 낸다.
다음 날 아침에 이튼이 게스트하우스를 찿았다. 안에 들어가자 부드러운 표정의 소피가 속옷을 입은 채로 이튼을 위해서 아침 식사로
베이컨을 구워주었다. 이튼은 소피가 그에게 베이컨을 먹지말 것을 항상 종용하기 때문에 깜짝 놀란다. 또 어제밤에 소피와 다투고
잠이 들었는데 소피는 이미 화해를 했다고 말하므로 이상하게 생각한다. 본채로 간 이탄은 그곳에서 소피를 발견하곤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직감한다. 부부는 게스트하우스에 자신들의 분신 같은 가짜가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에 휴양지를
빠져나갈 것을 고려하지만 남아서 더 알아보기로 결정하고 규칙을 정한다. 한번에15 분 이상 게스트하우스에 머물지 않으며
가짜와 신체적인 접촉을 지양하고 배우자를 염탐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소피는 점점 게스트하우스 이튼의 매력에 빠져서 그를 더 자주 그리고 더 길게 방문한다. 남편 이튼 보다 더 부드럽고
유머스럽고 이해심 많고 관계 개선을 위해서 열정적이며 열린 마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에 이튼은 게스트하우스 소피와
관계가 부드럽지 못하다. 그녀를 의심하고 시험하며 이론적으로 따진다. 또 소피와 게스트하우스 이튼의 관계를 의심해서 이 둘의
대화를 녹음하려고 시도하며 소피에게 자신이 가짜 이튼인 체하는 연기도 한다. 그러나 계속 이상한 일이 벌어지자 이튼은 소피에게
떠나자고 재차 종용한다. 하지만 소피는 그 제안을 완강하게 거부한다.
놀랍게도 게스트하우스 커플이 본채의 이튼과 소피를 방문한다. 진짜 커플은 가짜 커플에게 가지말고 머물기를 간청한다. 네 명은
카드 게임을 하면서 대화를 나누기로 한다. 이튼은 게스트하우스 이튼과 눈에 띄는 신경전을 벌리고 소피는 카드 게임도 더 잘하고
더 유쾌한 게스트하우스 이튼의 매력에 젖는다. 후에 이튼은 컴퓨타에서 'Ethan & Sophie' 파일이 컴퓨타 휴지통에 버려진 것을
발견한다. 그 파일에는 테라피스트가 가짜 커플을 이튼과 소피로 완벽하게 변모시키는 과정이 담겨 있다. 게스트하우스 소피는
규칙을 어기고 게스트하우스 이튼이 진짜 소피와 사랑에 빠져서 자신을 떠나 혼자 남겨질 것을 두려워한다. 그녀는 이튼을 만나서
게스트하우스에는 요술같은 힘이 있어서 가짜 이튼과 소피가 그 곳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다른 커플이 대신 그 곳에
갇혀야 된다고 말한다.
소피와 함께 이곳을 도망치고 싶은 게스트하우스 이튼은 소피에게 함께 떠나자고 소란을 피운다. 그러다 혼자 뛰어서 도망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달려가다가 눈에 보이지않는 벽에 부딪혀서 땅에 쓰러지고 만다. 두 사람의 소피는 놀라서 그에게 달려간다.
이튼은 소피에게 가짜 이튼이 깨기 전에 빨리 이 곳을 벗어나자고 말한다. 그의 말에 한 사람의 소피는 미소로 그를 따라나서고
다른 소피는 쓰러진 가짜 이튼에게 몸을 굽힌다. 휴양지를 빠져나온 이튼과 소피는 먼저 테라피스트를 찿아서 의문을 풀려고 했지만
그의 사무실은 이미 폐쇠되었다. 시간이 얼마쯤 흐른 후에 이튼과 소피는 다시 찿은 행복한 모습으로 침대에서 대화한다. 소피는
이튼에게 아침으로 베이컨과 달걀을 원하는 지를 묻는다. 이튼은 순간적으로 함께 사는 소피는 진짜가 아니라 게스트하우스
소피임을 알아차린다. 그리고 진짜 소피는 게스트하우스에 갇혀있다는 것을.
영화가 끝나고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의 이름이 다 나오도록 관객들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마지막의 반전 때문인 듯하다.
사랑은 변한다. 사람도 변한다. 우리는 과거에 사랑에 빠졌을 당시의 사랑과 사람으로 돌아 갈 수 없다. 시작은 이상적이지만 지금은
상실감을 준다. 현재의 모습이 과거 모습과 가까워질 때에 커플의 이상적인 관계가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영화에서 본채는
현재이고 게스트하우스는 과거이다. 이튼과 소피는 배우자에게 더 이상의 특별함을 알아보지 못한다. 상대는 지루하고 생활은
무료하다. 반면에 게스트하우스에 사는 이튼과 소피는 부부가 이상적으로 그리는 마음 속의 배우자의 모습이다. 즉, 더 나은 (better)
자신들의 모습이다. 이튼과 소피는 기묘한 일을 겪으면서 자신의 정체성, 부부의 관계와 연결성을 재고하게 되고 거스릴 수 없는
운명적인 것을 체험한다. 이들은 사랑의 상대를 다시 선택해야할 기로에 서 있었다.
소피에게 즐거움을 주는 상대는 진짜 남편이 아니다. 소피는 겁도 나지만 감정적인 교감을 나눌 수 있는 가짜 이튼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한다. 이미 시작된 그녀의 감정의 변화는 멈출 수 없다. 소피는 장난스럽고 로맨틱하고 안경을 벗은 남편을, 이튼은 자신의
과오를 용서하고 베이컨도 허용하는 사랑스러운 아내의 모습을 꿈꾸었다. 이들 부부에게 선택의 순간이 강요된다. 이튼은 진짜
소피를 택했지만 소피는 게스트하우스 이튼을 택했다. 영화처럼 사랑도 순간의 선택이고 사랑의 대상도 순간의 선택인 지 모르겠다.
감상적이고 비현실적이면서도 현실감을 주는 영화다. 나와 친구도 상영관에 불이 켜질 때까지 앉아있었다.
게스트하우스의 소피가 이튼을 위해서 베이컨을 굽고 있다. 베이컨은 부부 관계에서 아주 중요한 상징이다.
'재밌거나 좋은 것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국서 돌풍적인 영화 '국제시장'과 그 속에서 본 나의 아버지 (0) | 2015.01.22 |
---|---|
67세 노익장 엘튼 존의 LA 공연-`All the Hits tour (0) | 2014.10.09 |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체중감소와 심장 튼튼-뉴욕타임즈 기사 (0) | 2014.09.12 |
운동하는 행복과 기쁨 (0) | 2014.07.31 |
용혜원: 너를 만난 날부터 그리움이 생겼다, 함께 있으면 좋은 사람2 (0) | 2014.07.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