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청을 높여서 여기저기서 떠들어대는 통에 복싱에 관심이 없던 나도 귀가 얇아져서 어제 밤에 TV 앞에 앉았다. 현재 세계 최고의
복서 두명이 벌린 속칭 '세기의 대전, Fight of the Century'을 시청하기 위해서였다. 전대미문의 8 체급 석권 복서인 필리핀
태생의 복서 Manny Pacquiano (매니 파퀴아오)와 미국의 Floyd Mayweather(플로이드 메이웨터)는 5월 2일 토요일 오후 8시경
라스베가스의 MGM 그랜드 호텔에서 복싱 역사상 돈을 가장 크게 벌어들인 권투 대결을 펼쳤다. 재미있게도 미국인들의 60%
이상이 파퀴아오를 응원했다. 밝은 미소짓는 good guy 이미지의 진중한 그에 비해서 메이웨터는 악동 이미지와 거친 말투를 가진
비호감 복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결은 누가 봐도 메이웨터의 승리였다. 그는 12회 중 8회의 라운드에서 더 높은 점수를 받아서 3명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로
승리했다. 펀치(punch)는 메이웨터가 148번 날렸고, 파귀아오가 81번, 그리고 잽(jab)은 메이웨터가 67번, 파퀴아오가 18번이다.
지금까지 한번도 패한적이 없다는 메이웨터의 기록은 이제 48-0 으로 올라갔고, 펀치좋고 공격적인 파퀴아오는 57-6-2 이 되었다.
순전히 돈을 목적으로 경기에 동의한 메이웨터는 이제 WBC, WBO, WBA 웰터급 (welterweight, 66.7kg)의 통합 타이틀 챔피온이
되었다. 경기 전에 약싹빠르게 대전료의 60%를, 파퀴아오는 40%로 합의했던 그는 총 1억 8천만 달러를 챙기게 된다.
경기 전에 메스컴은 엄청나게 이 대결을 다루었다. 정도가 지나쳐서 복싱에 관심없는 여자들과 복싱을 좋아하지 않는 다른 스포츠
팬들의 관심까지 끌었다. 내 경우는 아들 때문이었다. 전혀 관심없었던 나에게 이 대결에 대한 사전 지식이 담긴 Youtube 사이트의
주소를 메일로 보냈고 보았는 지를 계속 채근했다. 알면 더 흥미롭다면서.
https://www.youtube.com/watch?v=hF76dlQt23c
여러 이유로 두 사람의 대전은 단순한 스포츠 경기를 넘어섰다. 그러나 화끈한 싸움없이 밋밋하게 끝난, 흥분이 절감된 경기로 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본전 생각을 할 지도 모르겠다. 유명인사들이 너도나도 10만 달러인 앞자리의 입장권을 사려고 힘을 써서 제한된
좌석 수를 가진 주최측은 난감했었다고 한다. 이들이 타고온 개인 비행기들은 라스베가스 공항을 가득 매웠다. 입장료 판매 수익만
7천 4백만달러, 가정에서 pay-per-view 시청을 위해 따로 지불한 돈의 수입이 3백만 달러, 관람하기 위해서 몰려든 사람들 덕분에
카지노 수입은 8천만 달러가 껑충 뛰었다. 우리 집도 시청을 위해서 케이블 회사에 100 달러를 따로 냈다. 식당이나 스포츠바와
같이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시청하려는 사람들은 음식값 외에도 개인당 20-50 달러를 더 지불했다. 주인들은 좌석 수에 따라서
5000-7000 달러를 케이블 방송사에 지불해야 했기 때문이다.
대전 날짜가 다가올수록 과대 광고, 두 사람 모두 한 세대의 최고의 복서라는 점, 그리고 서로 완전히 다른 스타일의 강한 복서라는
것 때문에 관심은 고조되어 갔다. 게임의 성사까지 6년이 소요되었다.
재능있고 머리좋고 방어기술이 뛰어나고 건방진 메이웨터는 1996년 올림픽 경기에서 동매달을 따면서 권투 선수가 되었고, 2007년
ABC 방송국의 Dancing with the stars 에 출연함으로써 팬들과 친숙해졌다. 미소가 돋보이고 성격 좋은 파퀴아오는 타임 잡지에
의헤서 관심가는 중요인물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탔고 현재 필리핀 국회의원이다.
역사상 이에 버금가는 세기의 대전은 세번 더 있었다. 세 경기 모두 정치적인 관점에서 화제가 된 경기였다. 하지만 이번 경기는
동일 체급에서 우열을 가리고 상업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서 복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를 극대화시킨 대결이었다.
첫번째는 1910년 참피온인 Jack Johnson 흑인과 도전자인 백인 James J. jeffries의 경기로 흑백의 대결이었다.
두번째는 히틀러의 계획으로 미국 참피온 Joe Louis 와 독일 도전자 Max Schmeling의 경기인데, 이들은 후에 연합군과 독일군
병사로 이차 대전에 참가했다. 아군과 적군의 대결이었다.
세번째는 미국의 Muhammad Ali와 역시 미국의 Joe Frazier 대전이다. 알리는 미국의 자유주의 대표자로 프래이저는 미국
노동자들의 대변인격으로 그 시대의 사회적 이념의 대결로 표방되었다.
시청하는 동안 가슴 졸이고 야비한 듯한 메이웨터가 마음에 들지 않았고 펀치를 맞는 비장한 두 사람의 표정에 편치 않았지만
3 분만에 한 라운드가 끝나는 것은 속도감이 있어서 좋았다. 언론들은 메이웨터의 경기를 단어로 표현했다.
Quickness, Smarts, Movement, Accuracy!
메이웨터는 머리가 좋다. 방어의 명수다. 원숭이가 별명인 것 처럼 파퀴아오의 주먹을 잘도 피했다. 파퀴아오가 달겨들면 방어하면서
순식간에 주먹을 날린다. 자기조절 능력이 높다는 사람답게 치밀한 전략을 짠 것 같다. 이 경기를 통해서 유감없이 탁월한 수비와
놀라운 마켓팅 능력을 드러낸 메이웨터에게 배울점이 많다. 자신의 장끼인 속도와 수비를 무기로 밋밋한 경기를 펼쳤지만 마침내
승리를 했고, 관심을 끌기 위해서 부정적인 마켓팅으로 몸값을 최고로 올렸다. 메이웨터에 대한 나의 개인적인 호감도를 떠나서, 또
그가 파퀴아오의 펀치에 드러눕기를 원했던 팬들은 실망했지만 플로이드 메이웨타는 재빠른 몸놀림, 절묘한 타이밍, 정확한 펀치와
심리전으로 승리한 금세게 최고의 웰터급 복서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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