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떠난 곳들(여행)

한국 여행 - 경기도 가평의 '잣향기 푸른숲"

rejungna 2015. 11. 24. 14:29

10 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의 3 주 동안 한국을 다녀왔다. 이 때에 방문했던 곳들 중에서 가장 좋았던 곳을 콕짚으라고

한다면 나는 두 군데를 꼽겠다.

경기도 가평군의 '잣향기 푸른산' 부산의 파라다이스 호텔에 있는 Cimer(씨메르) 야외 온천이다.

 

아주 최근인 올해 10월 10일에 개장 했다는 '잣향기 푸른산'은 기대 이상으로 만족스러웠다.

LA 에서는 즐기기 어려운 가을 단풍을 탐닉하고픈 깅한 욕구를 지니고 있는 사람이지만 알록달록함과는 거리가 먼 잣나무

산자락의 푸르름은 상당히 신선하게 다가왔다. '공립 치유의 숲'을 표방하는 휴양지 답게 공기좋고 경치좋고 예쁘게 잘

다듬어져 있다. 야산의 투박하고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아니지만, 5만 5천 그루의 곧고 가늘게 뻗은 잣나무들은 여러 키작은

단풍 나무들과 조화롭게 치유나 힐링을 도와주는 적절한 환경을 만들고 있다.

 

입구의 표시가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말해준다

 

가뭄 탓으로 시냇물이 졸졸 흐르지 못하고 메마른 도랑이지만 가을에 안겨서 낭만스럽게 보였다

 

'잣향기 푸른숲'은 경기도 가평의 축령산과 서리산 자락 해발 450~600m 에 자리잡은 산림휴양지로 규모는 46만평에 이른다.

몰랐는데 가평은 예로부터 한국의 잣 생산지로 유명한 곳이라고 한다. 가평의 총면적의 82%가 산림이며, 높은 산과 깊은

계곡이 많아서 잣나무 재배지로는 최적라고 한다. 현재도 한국의 잣 생산량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처음 시작은 일제

시대에 그들에 의해서 잣나무 재배지로 선택되어진 듯하다. 많은 잣나무들의 연령이 80 세 이상이라고 하기 때문이다.

 

휴양지에는 약 4 Km의 산책로가 조성되어 있고 체험코스들이 있다. 체험코스는 축령백림관, 출렁다리, 화전민 마을, 저수지인

사방댐, 목공방, 간단한 헬스체크 시설과 황토방을 갖춘 힐링센타, 명상 공간, 물치유장, 풍욕장 등등을 말한다.

 

도랑을 끼고 조금 올라가면 '축령백림관'이라는 사인을 제일 먼저 만난다

 

나무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왜 잣나무가 특별히 좋다고 하는 것일까?

피톤치드 때문이다. 영어로는 phytoncide(파이톤사이드) 인데 phyton 은 라틴어로 식물이란 뜻이며, cide 는 없앤다는

뜻이다. 식물이나 나무가 해충과 곰팡이에 대적해서 자신을 보호하려고 만들어내는 물질이 피톤치드이다. 사람들은

피톤치드를 흡입하면 괘적감을 느끼며 피로 회복 촉진, 면역 강화, 자연 치유력 향상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비염,

천식이나 아토피를 가진 사람들이 즐겨 찿는다고 한다. 이런 피톤치드는 편백나무에서 가장 많이 나오지만 잣나무도 많이

내뿜는다고 한다.

 

 

아래 사진들은 '축령백림관' 안을 몇장 찍은 것이다. 이 곳에서는 숲과 잣나무를 소개하고 있다. 한 마디로 잣에 대해서

알아보는 곳이다. 잣나무의 특성, 잣 생산과정, 잣 생산도구, 잣 생산품, 그리고 잣 관련 볼거리를 엿볼 수 있다.

 

 

 

조금 더 올라가면 1970년대의 '화전민 마을'이라고 쓴 팻말이 나온다. 여기도 기대보다 볼거리가 많았고 진열품들은 옛날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특히 숯가마와 '너와집' 가옥 내의 오강과 호롱불이 놓여진 방, 무쇠솟과 아궁이가 보이는 부엌, 그리고

뒤주와 맷돌이 놓인 대청 마루가 보기 좋았다.

 

 

 

 

관목들과 수풀을 지나 오솔길을 걸으면 점점 잣나무숲 속으로 깊이 들어선다. 땅 가까운 아래 쪽의 가을 색깔과 하늘 가까운

윗 쪽의 여름의 푸른색이 한 장면으로 어울린 정경이 나타났다가 지나가곤 했다.

 

아~~ 참 좋다. 날은 가을인데 여름산에 있는 둣하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코로 들어오는 산소의 청량감!  한걸음한걸음씩 내딛는 발을 감싸주는 오솔길의 다정함!

 

한국의 잣나무는 LA의 잣나무에 비해서 작고 가늘고 여려보인다. 내가 본 LA의 잣나무는 덩치가 커서 목을 들어서 뒤로

90도 꺾고 올려다 봐야 했다. 이 곳 잣나무의 아기자기함은 한국의 예쁜 아기자기한 멋과 맥이 통하는 것 같다.

 

 

 

 

 

 

 

 

 

 

싱그러움에 몸과 마음을 담아 걷다보면 금방 정상에 다다른다. 뜻밖에 저수지가 시야에 들어온다. 백두산의 천지와

한라산의 백록담이 불현듯 떠오른다. 산불 발생 시에 헬기에 채울 수자원 공급처로 건설된 '사방댐'이라고 한다.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었다.

돌 위에 걸터 앉아서 생각없이 물을 바라보면서 친구가 가지고 온 커피 한잔을 마셨다. 보온병에 갇혀있던 진한 커피향이

쉽게 퍼져서 코를 간질인다.

 

마치 꿈을 꾸는 듯하다.

나의 삶터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와 있는 것도, 산속에서 갑자기 물을 만난 것도, 그 물을 보면서 커피를 마시는 것도...

모두 놀라움과 경이로움이었다.

 

내려가는 길도 상큼했다. 잣나무들이 마치 구름에 떠있는 것 처럼 보인다. 옛날 선조들은 나처럼 걸으면서 신선놀음을 한다고

말했을 것이다. 나도 그 시간에는 그 것을 한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