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lifornia 이야기

겨울 폭우 후 캘리포니아주의 들과 산에 피어난 야생화들

rejungna 2017. 4. 14. 14:21

미국에는 국립공원, 주립공원, 카운티(캘리포니아 주에는 58개의 카운티가 있고 카운티는 수십 개의 도시와 주변 지역으로 

형성된다) 공원, 그리고 시 공원이 있다. 다시 말해서 아름다운 자연과 환경이 연방정부에 의해서, 주정부에 의해서, 카운티

정부에 의해서, 그리고 시정부에 의해서 다음 세대를 위해서 보호 보존된다. 미국엔 정말 환상적인 국립공원과 주립공원이

많다. 국토가 큰 만큼 산, 들, 물, 돌들도 다양하고 기기묘묘하다. 죽기 전에 이러한 공원 전부를 걸으면서 느낄 수 있다면

아마도 자연과 신의 섭리를 조금 더 쉽게 이해할 것이다.


                                                          들판 저 멀리 노란색이 goldfield 꽃이다


캘리포니아주는 최근 4년 넘도록 지하수까지 고갈되는 극심한 가뭄을 겪었다. 주정부와 주민들은 물부족을 오래도록

지속될 현실로 받아들었고 절수를 위해 정원을 뒤엎고 일상의 물소비를 줄였다. 그런데... 기적같이... 작년 11월 부터

비가 오기 시작해서 올 3월 초까지 엄청 많이 내렸다. 짧은 시간 동안에 퍼부었다는 말이 더 적절하다. 남가주에서는

물폭탄, 북가주에서는 물폭탄과 눈폭탄으로 피해마저 컸었다. 기후 변화 탓에 2년 전인 2015년은 캘리포니아 기록상 가장

가물었던 해였고, 2017년 1~3월 비로 2017년은 캘리포니아의 기후 기록상 가장 강우령이 큰 해라고 한다. 


어쨌든 그 덕분에... 지금은... 

주민들의 물쓰는 마음은 가벼워졌고, 주정부는 극한 절수령을 종료했으며, 강우에 놀란 산과 들에는 야생화가 멈추었던

호흡을 내뱉으면서 한껏 출렁이고 있다. 3월 중순부터 곳곳에서 터지는 야생화 소식에 사람들은 기대에 찬 발걸음을

꽃이핀 들과 산으로 향하고 있다. 핸드폰 카메라 누르는 소리도 낭랑하다. 하지만 무리지어 피어난 꽃을 보려면 재빨리

달려가야 한다고 한다. 화려함은 오래가지 못한다고. 이 짧은 아름다움과 탄성도 고통없이 얻어진 것이 아님을 안다.


나도 23일 새벽에 애들과 달려갈 것이다.


                                           남가주에서는 지금 California Poppy 꽃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LA Times 신문은 LA에서 2~3시간 남짓 운전으로 환상적인 야생화를 볼 수 있는 지역을 골랐다. 나는 이 추천을 중심에

두고 다른 기사들을 참고해서 포스팅하고 있다.


작년 4월 초이었다.

나는10년 넘게 찿지않던 야생화를 보고싶은 갈망을 채우려고 집에서 한 시간 반을 달려서 캘리포니아 파피꽃이 넘치기로

유명한 들판 근처에 도착했다. 그러나 길가에 핀 한두 송이의 파피꽃을 제외하고는 가도가도 누런 땅뿐이었다. 결국 목적지를

지나쳤으며 차를 되돌려 '파피꽃 보호지역' 주차장으로 들어섰다. 차량 한대당 10 달러씩 받는 주차장 관리인은 꽃이 하나도

없어서 공짜라고 말했다. 원하면 산책길은 걸을 수 있다고 했다. 정말 그 넓은 벌판은 전무한 강수량 때문에 꽃이 전무했다.

타버린 듯한 누런 잔재는 심란하기 그지 없었다. 바싹마른 대지에 바짝마른 누~런 파피꽃 줄기들만 널부러져 있었다. 황폐한

모습에 '언제고 다시 이곳에 희망이 있을까?'한 의구심이 생겼다. 다시는 그 벌판에 파피꽃 씨가 뿌리를 내리고 초록 줄기가

땅을 뚫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의심을 가졌다.


이 때에 희안하게도 내 머릿 속에 떠오른 말들이 있었다. 다 기억도 못하는 타고르 시인의 '기도' 시글귀였다.

전지전능한 힘에 기대고 싶은 마음이 있었나보다.


            기도                   

by Rabindranath Tagore


위험으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위험에 처해도 두려워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고통을 멎게 해달라고 기도하지 말고

고통을 이겨낼 가슴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생의 싸움터에서 함께 싸울 동료를 보내달라고 기도하는 대신

스스로의 힘을 갖게 해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두려움 속에서 구원을 갈망하기 보다는

스스로 자유를 찿을 인내심을 달라고 기도하게 하소서

내 자신의 성공에서만 신의 자비를 느끼는 겁쟁이가 되지 않도록 하시고

나의 실패에서도 신의 손길을 느끼게 하소서



이제 황폐함은 없다. 따뜻한 햇살과 충분한 비는 놀라운 치유를 가져왔고 화려한 기적을 여기저기에 터뜨리고 있다.

두려움과 실패에서도 자연과 신은 알아서 치유해주고 제 자리로 돌린다는 믿음을 가져야 했었다.

가망없는 낙담 속에도 깊은 땅속까지 생명줄을 불어넣는 신과 자연의 심오한 뜻을 간과하지 말아야 했었다.

일년 만에 환골탈태한 산과 들판은 수많은 꽃들이 춤추는 대지요, 줄기를 지탱하는 받침대이며, 기쁨과 탄성의 선물이다.


1. Carrizo Plain National Monument in San Luis Obispo County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먼저 야생화의 만발을 알리는 들판이 카리조 평원이다.

이곳은 오랜지색의 coreopsis 꽃, 노란색의 tidy tips 꽃과 보라색의 phacelia 꽃으로 유명하다. LA Downtown 에서 170마일

북서쪽 거리에 있으며 전화기도 터지지 않는 곳이다. 오래 걸을 준비와 물을 넉넉히 준비해야 한다.



                 오랜지색의 coreopsis, 노란색의 tidy tips 과 보라색의 phacelia 로 덮힌 카리조 평원


2. Antelope Valley California State Poppy Reserve in Lancaster


주정부가 관리하는 파피꽃 보호구역 들판이다. 그러나 꽃의 야생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 관리를 전혀하지 않는다.

단지 1994년 부터 죽은 꽃들과 이 지역 꽃들이 아닌 것을 처리하기 위해서 불을 놓곤한다. 파피꽃 만개는 순전히 겨울과

초봄의 강수량에 달려있다.


                                                       들판에 오랜지색 융단을 깔은 듯한 파피꽃

 

                                                         California Poppy 와 Lupine 꽃


                                                                    Blue Dicks 꽃


                                               얼핏보면 라벤더 같은 Lacy Phacelia 꽃


3. Anza Borrego Desert State Park


안자 보레고 파크는 주정부가 조성한 공원이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큰 공원이며 미국에서는 두번째로 큰 광야 공원이다.

광활한 지역에 다양한 사막 식물과 동물을 볼 수 있으며 누구나 한번쯤 꼭 방문해야 할 곳이다. 



                                                                     Sand Verbena 꽃


                                                               Brown Eyed Primrose 꽃


4. Chino Hills State park


주민들의 야외 체험을 목적으로 하는 주정부 관하 공원이다. 하이킹, 자전거, 말타기를 할 수 있는 드넓은 공원으로

야생화와 야생 동물이 자연적으로 번식하도록 보호받고 있다.




5. The Flower Fields in Carlsbad Ranch


매년 3월 초부터 5월 초까지 50 에이커의 땅에 Tecolote Ranunculus 꽃들이 온 천지에 만발한다. 이곳은 사유지인데

샌디에고 카운티의 태평양 바다가 바라보이는 언덕에 자리잡아서 방문객들은 꽃과 함께 날씨와 바다에 매혹당한다. 


                                                 화려하기 그지없는 라넌큘러스 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