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LA 카운티 라크마 미술관'에서 열리는' 한국 서예전, Beyond Line'

rejungna 2019. 9. 12. 14:36

LA 카운티미술관 LACMA 는 지난 6월 16일 부터 이 달 29일 까지 한국 서예전인 'Beyond Line: the Art of Korean Writing'을 

열고 있다. 한인타운에서 가까운 지역에 위치한 미술관은 명실공히 세계적인 미술관으로 명망이 높다. 한국 사회에서

서예가 갖는 위치와 한국 역사 속에서 서예의 변천사를 인물 중심으로 다루면서 타인종이 한국의 역사, 문화와

정체성을 엿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라크마 미술관은 아주 훌륭한 카타로그를 제작했다. 





얼마 전에 폐막되기 전에 관람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부랴부랴 찿았다. 라크마미술관의 여러 빌딩 중에서 

Resnick Pavilion에서 전시회는 열리고 있다. 레스닉 건물에는 동시에 다른 전시 두 개도 열리고 있어서 규모는 기대보다 

작았다. 하지만 쏟은 정성이 돋보였다. 2015년에 현대자동차가 라크마미술관을 후원하기로 10년 파크내쉽을 체결했는데, 

그 일환의 첫번째 프로젝트로 한국 서예전이 해외 한인이 가장 많이 산다는 LA 에서 기획되었다. 미술관의 중국 예술 

전문가로 동아시아 지역을 전담하는 코디네이터인 Stephen Little 박사와 한국 미술 전문가인 코디네이터 버지니아 문이 

손잡고 4년을 고심하고 준비해서 마련하였다. 한 곳에 모으기 어려운 작품들을 발품을 팔아서 국내 미술관과 대학, 그리고

개인들에게 대여받아서 한 번 뿐인 전시회를 연 것에 대한 라크마 미술관의 자부심이 높다. 


한국의 서예의 흐름을 총체적으로 보여주려는 계획에 전시장 입구에 들어가면 제일 먼저 서예와 상관이 없는 듯한 

한국 율주 대곡리 반구대의 암각화를 만난다. 자그마치 기원전 5500~4700 년에 돌에 새긴 그림들을 잉크로 찍어서 만든 

탁본이다. 그 바로 옆에는 사진작가이면서 멀티미디어 아티스트인 천경우의 '빛의 예술'이 걸려 있다. 이는 종이 대신 

허공에 빛나는 펜으로 글을 쓴 것을 사진으로 찍어서 만든 작품이다. 그래서 서예전이 맞나를 순간적으로 의심하게 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이는  선사시대 부터 현대 까지 총망라해서 한국의 서예의 시작과 미래, 즉 한국 예술의 변천을 담고 

싶은 의도인 것 같았다.


                                             한국 율주 대곡리 반구대의 암각화 탁본


                                                          천경우의 '빛의 예술'


서예는 쓰는 사람의 인격과 인품이 녹아든 아주 개인적인 예술이다. 자필 글씨이기 때문이다. 또 서예는 작가의 시대를

그러낸다. 그래서 전시회는 한국 사회에 미친 서예의 역할을 강조하기 위해서 아주 다양한 계층의 작가들의 작품을 

걸었다. 왕, 왕족, 양반, 학자, 사대부, 상인, 작가, 심지어는 노비의 글씨도 있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과 그가 만든 

자음들이 벽에 길게 쓰여있다. 미술관의 설명에 의하면, 한국의 서예는 한글 창조 이전의 한자 서예와 그 이후의 

한글 서예로 나뉜다고 한다. 당연한 귀결인데 나는 지금껏 생각없이 한자와 한글 서예를 선택의 문제로 치부했다.






벽 한 면 전체를 다 차지하는 광개토왕의 비문을 찍어낸 탁본은 규모가 대단하다. 39세에 요절한 용맹한 장수인

아버지를 기리는 업적을 아들 장수왕은 엄청난 비석을 세워서 기억하고 칭송했다. 이 글씨는 한국 고대의 서예이다. 

고려시대의 목판 인쇄물과 백자에는 한자가 멋들어지게 쓰여있다. 조선시대의 왕족인 효종과 안평대군의 글씨, 

심사임당의 독특하고 춤을 추는 듯한 여성적인 글씨, 왕족의 기상이 녹아난 듯한 안평대군의 글씨, 추사 김정희의 

독보적인 8개 작품, 안중식 등 대가들의 참여는 중세와 근세이다. 일제 항거 시대에는 옥중에서 쓴 안중근의 글, 

독립운동가이자 명필인 오세창, 독립신문의 한글과 영자판, 황성신문들을 볼 수 있다. 현대로 넘어오는 과도기의

작품으로는 어려서 그리고 감옥에서 엄청나게 붓글씨 연습을 했다는 이승만 대통령의 힘차고 멋진 글씨에 넋이 

빠진다. 여러 명의 현대 서예 작가들의 글씨도 보인다. 이들의 글씨는 그림 같은 것이 특징이다. 이들은 전통적인 

서예법을 새롭게 해석해서 카메라와 디지탈 그래픽을 이용하기도 한다. 이광수, 김순욱, 윤광조, 천경우, 서세옥, 

이강소, 박대성, 정도준, 천우식의 그림, 또는 그림 같은 글씨와 사진을 볼 수 있다.


                                                        광개토왕 비석 탁본 


                                                안평대군의 글씨


                            신사임당의 글씨


              추사 김정희의 글씨


                                                     이승만 대통령의 글씨




이 들 중에서 코리안 아메리칸인 김순욱의 '무: emptiness' 작품과 인장인 전각직품은 많은 시선을 받았다. 나는 

우연히 15명 정도의 미국인들에게 작품 가이드하는 프로그램에 끼어들었다. 이런 봉사을 20년 이상 하고 있다는 

피오나는 오래 전에 영국에서 왔다고 하는데, 개막 전에 3 달 동안 한국 서예에 대해서 공부했다고 한다. 한국어

고유 명사를 인용하면서 열정적으로 해설했다. 피오나는 김순옥의 '무: emptiness' 작품에 대해서 바로 거기 

그 자리에서 그 분의 며느리를 만났다고 하면서 아주 흥분해 이야기했다. 뇌수술 전문의인 김순옥은 비움이 바로 

채움이라는 '무' 글자를 금으로 썼는데 관람객들은 대개 글씨가 아닌 그림으로 이해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동양 철학은 서양 철학과 달리 내면을 많이 고려한다고 부연했다.


                            김순욱의 '무: emptiness'


 

                      사람들에 둘러싸여서 피오나는 보이지 않지만 내가 끼어들어서 함께했던 그룹이다. 


작품들을 전부 꼼꼼히 보지 않았기 때문에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 생전에 육안으로 볼 것을 기대하지 않았던 

신사임당, 안평대군, 추사 김정희, 광대토왕 탁본과 이승만의 글씨를 본 것은 큰 수확이다. 그리고 서예를 고품격 

예술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었기 때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한국 방문 시에 서예전을 간 적이 있지만 그 때에는 

작가의 애씀과 노고에 더 강한 느낌을 받았다. 예술 작품이 아닌 작가의 글씨라는 관념이 더 강했기 때문인 듯하다. 

한국의 의식, 사상과 문화가 담겨진 예술품인데 말이다. 결론적으로 라크마 한국 서예전은 나에게 큰 울림을 주었다.


                                               서세옥의 '사람'


                                                    이응로의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