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도 다 갔다. 오늘은 11월의 마지막 날!
미국의 최대 가족 명절로 감사의 날인 추수감사절도 지났다.
2020년은 "코로나19와 대선의 해"였다고 간단 명료하게 규정지어진다.
그 외의 수많은 작은 사건들과 무미건조한 일상은 두 단어에 깊숙이 묻혀버렸다.
정말 이상하고 유별한 한 해다.
이제는 성탄을 향한 걸음만이 남은 듯하다.
모두들 이상하고 믿기지 못한다고 말했다. 가장 큰 이슈인 두 가지 측면에서 한 해의 삶을 조명하면 말이다.
기이하고 요상해서 마치 다른 세상에 사는 기분이다. 바이러스와 트럼프 둘이 그렇게 느끼게 한다.
자칭 세계 최고 국가라는 미국에서 1400만명 정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되었고 사망자가 27만명에 가깝다.
자타공인 세계 최고의 의료진과 의료 시설과 기술을 가진 미국인데, 세계 최악의 코로나 관련 기록을
가볍게 세웠다. 여전히 미국은 아직도 끝이 없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의 길에 서있다.
미국에서는 지난 4월15일에 2,752명이 코로나로 사망했다. 그리고 지난 11월 25일에 2,300명이 죽었다.
봄에는 사망자들이 몇 개 주의 대도시에 집중되었지만 지금은 전국에 고루 퍼져서 영향을 받지않은
지역이 없다. 11월에만 4백만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추수감사절을 지내고 성탄을 지내면서 얼마나
코로나의 확진이 더 커질지 아무도 모른다. 날이 추워질수록 집안의 활동이 많아서 그렇다고 한다.
2017년 1월에 대통령 직무를 시작한 도널드 트럼프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바꾸기 시도했다.
전직 오바마가 실행한 거의 모든 법규를 페제하려고 자신의 관점과 지시에 따르는 충신만을 엄선해서
행정부를 구성했다. 놀라운 현상은 그의 지지자들은 상대를 공격 비난하는 트럼프에게 대리만족을
느끼고 무조건 따른다는 점이다. 하지만 점차로 사람들의 귀는 따갑고 정신이 서서이 지쳐갔다. 러시안과
대선 공모를 들추어낸 탄핵 재판, 우방과 주위 사람들과 불협화음, 가짜 뉴스를 꺼리낌없이 양산하고
퍼뜨림에 민주주의의 위기를 느낀 유권자들은 조 바이든을 차기 대통령으로 선택했다. 11월 3일
대선 후로 여러 날이 지났지만 재선에 실패한 트럼프는 패배 시인을 안하고 있다. 여전히 바이든이
부정 선거로 당선되었고 자신이 큰 표 차이로 승리했다고 주장한다.
세상이 아무리 어지러워도 자연의 힘은 여전하다. 자연은 인간의 어이없는 모습에 웃기도한다.
그런 자연도 인간이 심화시킨 기후변화로 신음하고 있다. 몇 주 전에 찿았던 세코이아 국립공원을 봐도
그렇다. 내가 그 곳을 마지막으로 찿았을 때가 거의 20년 전이다. 이론상 세상에서 제일 큰 나무들 중의
하나인 세코이아 나무들 군락은 하늘을 찔러야 한다. 그런데 기후변화로 빈번해진 캘리포니아의 산불이
그 곳 까지 손길을 뻗혀서 불에 타거나 그을린 채로 누운 나무들이 많았다. 수백년 동안 거대한 북미
땅덩어리를 지켜온 산 증인들이 아파한다. 올 여름의 고온과 건조함으로 며칠 사이에 만 개 이상의
벼락이 마른 하늘에서 내려친 때문이란다. 인간의 힘은 미미하지만 자연에 엄청난 피해를 준다.
이제 2020년은 달랑 한 달 뿐이다. 곧 나이는 한 살 더 쌓인다. 나이들수록 시간의 흐름은 화살 같다.
아침에 일어나 마당에서 이리저리, 이것저것 돌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그런데 금방 낮이고 저녁이
오고 밤이 된다. 내가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아도 하루 시간이 손가락 사이로 빠지는 세숫물 처럼
흔적없이 내려간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도 몇 해 전의 얼굴이 아니다. 가버린 시간은 그냥 조용히
물러나지 않고 내 얼굴과 몸에 자국을 남기고 갔다. 티없이 조용히 가면 억울한 듯이.
그래도 돌이켜보면 힘빠지고 답답한 2020년이지만 재미있는 일도 있다.
집에서 시간을 잘 보내는 방법을 나름 터득했다. 하루를 짧은 동선으로 지내고 마감할 수 있게
되었다. 온라인 쇼핑은 물품의 다양한 종목에 대해 알려주어서 가게에서 고를 때보다 운신의 폭이
넓어졌다. 아마존 프리미엄은 배달도 빨라서 손가락으로 키보드를 누르고 잊으면 하루 이틀 후에
집 마당 울타리 안에 상자가 놓여진다. 또 즐겨찿는 코스코는 작년 연말의 배달 체계와 비교해서
올 해는 감탄을 자아낼 만큼 빨라졌다. 몇 년을 아침이면 일터에 나가듯이 스포츠센타에 출근해서
운동과 샤우어하고 하루를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운동은 유투브로 가볍게 해결한다. 비록
운동 시간이 짧고 몸의 움직임은 적어졌지만 모르던 색다른 운동을 알게되서 재미있다. 특히
발레 동작을 사용하는 운동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집에서 일하는 딸은 어린 애들을 돌보기 쉬워졌다. 적어도 한 시간 걸려서 출근하던 딸이 뒷채에서
일하게 되어서 자동차 가스 사용을 줄이고 사고의 위험을 팍 줄였다. 딸이 근무하는 게임회사는
코로나 덕분에 더 바빠지고 업무가 늘어서 직장을 옮긴지 일년만에 부사장으로 자리를 확 잡았다.
비뇨기과 로봇 수술 담당인 사위는 자신이 원하는 병원에 지난 7월에 취직했다. 코로나19 환자를
직접 대면하는 호흡기와 중환자실 의료진인 아들은 지난 3월 부터 나를 크게 불안하게 하지만
지금까지 무사해서 감사하다. 이제는 의사들이 감염자 치료와 안전보호법을 잘 터득했다는 뉴스에
마음이 놓인다. 며느리 역시 출근않고 집에서 일을 해서 손자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자식들의 삶과 일상의 속 사정과 애로사항을 자세히 모른다. 하지만 올 해와 같은 혼동,
위기와 불확실성을 무난히 지내온 사실만을 고려해서 안도감의 숨을 내쉬는 것이다. 애들은
아직 젊으니까 위기를 이기고 자신들의 인생을 잘 감내할 것으로 믿는다..
한 달 남은 시간을 내 남은 인생의 길이와 비교해본다. 좋은 비교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나는 이미 많은 시간을 뒤로 보냈다. 김형석교수를 생각하면 상대적으로 길게 남은 인생이지만
친정 조상님들의 생명줄을 생각하면 안심할 수 없는 것이 나의 남은 생명줄이다. 그래도 주어진
시간을 잘 살고 싶다. 생각하고, 사랑하고, 걷고, 움직이고 때론 아퍼하며 열심히 살고 싶다.
그래서 이 땅을 떠나는 날에 모든 것을 놓아도 아쉽지 않다는 마음으로 가고 싶다.
나를 낳아준 부모님, 나의 DNA의 조각을 가진 후손들, 인생 길에 만난 사람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 잘 모르지만 아는 사람들, 이 들 모두 덕분에 내가 살아있음을 알기에 감사한다.
길가에 떨어진 알록달록한 낙엽을 바라보면 행복감을 느끼듯이 세상과 인연을 맺었으므로
부셔진 낙엽이 되어도 슬프지않은 나이기를 바란다.
이제 이별하는 11월, 내가 일년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달이다.
강열한 LA의 여름을 홀가분하게 보내고 기분좋게 맞는 때가 11월이다.
육체가 활기를 피면서 가볍게 스트레칭할 수 있는 LA의 좋은 날들이 모인 달이다.
끝으로 마음 속 깊이 주님께 청한다.
11월 이후의 마지막 날 까지, 생의 마지막 순간 까지,
힘을 모아 웃으며 지낼 수 있게 도와주세요.
그리고 코로나와 대선으로 심적, 육체적, 경제적 교통을 받는 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어여삐
여기셔서 모두에게 힘을 주소서!
'My heartfelt stor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눈에 슈퍼글루를 넣다. 저런... (0) | 2021.05.26 |
---|---|
LA 산보길에 핀 화사한 봄꽃들 (0) | 2021.04.14 |
6.25를 맞아서 그리운 아버지 삶을 되돌아보다 (0) | 2020.06.25 |
[열린 광장] 카르페 디엠, 현재를 잡아라 (0) | 2020.02.06 |
2919년 끝에 가진 단상 (0) | 2019.12.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