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artfelt story

눈에 슈퍼글루를 넣다. 저런...

rejungna 2021. 5. 26. 14:02

3주 전에 엄청난 실수를 했다. 건조한 눈에 안약을 넣는다는 것이 그만 성능 좋은 슈퍼글루를 

넣었다. 그것도 아주 넉넉하게. 쳐다보지도 않고 집어들었지만 안약이 아니라는 생각은 1도 안했다.

책상 왼쪽 아래 나무 받침 위에 놓여진 사물 정돈함은 나의 컴퓨터 자판기 이용을 위해 최대한의

사용 면적을 위한 기발한 아니디어다. 여기에는 컴푸터 사용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질서정연하게

들어있다. 연필, 가위, 색색의 마커들, 노트와 메모 종이,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와 아이패드가 있다.

안약과 슈퍼글루도 자리잡았다.

 

나는 고릴라표 수퍼글루의 팬이다. 언제 뚜껑을 열어도 뭉치지 않고 쉽게 흐른다. 또 성능이

좋아서 모든 물질들을 찰지게 붙일 수 있다. 덕분에 슈퍼글루가 귀한 사물함에 자리를 잡았다.

사이드 책상의 서랍을 열면 넉넉한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얼마 전에 아마존에서 대용량의 안약을 구입했다. 사고가 난 이틀 전에 처음 사용했다. 기대대로

느낌이 좋아 대만족했다. 큰 용량이어서 오랜 사용 가능성에 기뻐도 했다. 사고 전날에는

너덜거리는 어느 책 표지의 모양을 반듯하게 잡고 글루로 단단히 붙히는 공사를 했다. 사고 날엔 

눈을 컴퓨터에 고정한 채로 확신에 찬 왼손으로 안약을 집어들고는 주저없이 오른쪽 눈에 넣었다.

 

순간 엄청 따갑다. 그래도 눈에 넣은 것은 안약이라는 자신감이 여전했다. 하지만 눈 위아래가

붙는 느낌에 나의 실수를 알아챘다. 멍청하게도 슈퍼글루를 넣었구나! 라고. 어떡해!!!! 당황스럽다.

 

뜰 수 없는 눈을 붙들고 화장실로 달려가 물로 씻었다.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점점 더 꽉 붙는

느낌이었다. 당황 그 자체의 마음에다 겁이 올라탔다.

 

그 후의 긴 이야기를 짧게 한다면...

마침 식구 중에 의료진이 있어서 급하게 염증 방지 안약을 처방받았다. 약국에 전화를 걸고

처방약을 기대리는 동안 집에 있던 안연고를 찿아 눈에 넣었다. 막힌 눈이므로 그냥 눈가에 발랐다는

말이 옳다. 그리곤 핀셋으로 위와 아래 눈썹에 커다란 눈꼽처럼 말라 붙은 덩어리들을 가르려고

애썼다. 덩어리는 길고 거대한 산맥처럼 일심동체로 연결됐다.

 

                                                         

마침 금요일이어서 주말 동안 이렇게 하루에 3번씩 치료를 받았다. 평시 다니던 안과에

전화를 했지만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다음 달 말에나 빈 시간이 있단다.

안과의사 다른 분과 상의하고 허락서를 받기 위해서 내 주치의에게 전화했다. 전화받은

직원은 위급상황이므로 보험회사 승인을 빠르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첫날은 눈이 완전히 닫친 바람에 아픔이 적었다. 둘째, 셋째날에는 아주 미세한 공간이 생겨서

눈 안으로 이물질이 들어가는 것처럼 지독히 아펐다. 또 양쪽 눈의 신경이 연결된 것인지 멀쩡한

왼쪽 눈 마저 뜰 수 없었다. 장님처럼 대충 거리를 짐작하고 손으로 더듬으며 하루를 지냈다.

 

어쩔 수 없으니 부족한 잠이나 보충하겠다고 마음을 바꾸었다.

달리 방도가 없으니 내 실수를 받아들이고 시간을 죽이는 방법 뿐이 없다고 생각했다.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엄청 잤다.

몸은 편해도 정신은 혼미스럽다.

눈이란 것은 있을 때는 당연한 신체의 일부였는데 없으니까 대단한 진가를 보여준다.

 

사고난지 10일 후의 내 오른쪽 눈이다

 

사고난지 3일 후 잠자고 일어났을 때에 떠진 눈에 엄청 기뻣다. 볼 수 있으면 무엇인들 참지못할까?

이런 마음이었다. 밤새도록 무의식 중에 눈을 뜨려고 애쓴탓 같았다. 하지만 속눈썹에 자리잡은

글루는 너무 단단해서 꿈쩍도 않는다. 안과 의사는 핀셋으로 빼려다 포기했다. 살면 떨어지게 된다면서.

 

샤우어하면서 떨어지기 시작한 첫번째의 작은 조각은 눈썹을 5개나 품고 내려왔다. 아마도 올 일년

내내 무거운 눈썹을 열심히 들어올리면서 사물을 봐야할 것 같았다. 내도 나지만 내 눈을 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에게도 불편을 줄 것 같다.

 

이런 눈으로 일요일 아침에 여느 때 처럼 동네를 산보했다, 아름답고 차분한 세상은 여전했다.

가슴으로 걷는 산보 길의 아름다운 자연을 다시 볼 수 있다는 벅찬 감정이 새롭게 솟았다. 공기는

화사하고 나무들은 신선했다. 

 

눈썹이든, 눈썹 위에 앉은 글루이든 눈에서 떨어져 나가는 것을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할 것

같았다. 글루와의 투쟁은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얇고 가는 눈썹에 실로 거대한 하얀 돌덩이가

앉아서 나갈 생각이 없다. 참을성을 테스트하는 시험에 들었었다. 

 

하지만,

글루는 몇 덩어리로 나뉘어서 꼭 10일 지나서 떨어져나갔다. 열심히 비빈 덕이다.

눈썹도 동행했다. 그래도 눈썹은 아직 몇 개 남아있다. 이런 감사할데가...

Thank you, L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