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모두 인공지능의 개발과 쓰임새에 관한 업적을 쌓은 인물들에게 돌아갔다. 생물학적 시스템과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 기반의 방법을 적용하는 '계산 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물리학상은 컴퓨터가 인간 두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한 두 과학자에게, 화학상은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단백질을 발명하거나 혹은 기존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 신약 개발 등에 획기적인 도움을 준 세 명의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먼저 물리학상을 받은 존 홉필드(John J. Hopfield)와 제프리 힌튼(Geoffrey E. Hinton)의 경우를 보자.
존 홉필드는 사람 뇌의 신경망에서 영감을 받아 데이터의 패턴을 저장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연상 기억 모델(Associative Momery Model)'을 개발했다. 제프리 힌튼은 홉필드의 아이디어를 더욱 발전시킨 사람이다. 인공신경망이 데이터 내의 속성을 식별할 수 있는 방법을 창안하여 이미지 인식과 같은 작업을 용이하게 만들었다. 그는 인공신경망을 개척한 사람으로 'AI의 대부'라고 불린다.
두 과학자는 컴퓨터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킨 공로와 물리학을 뇌신경학이나 심리학과 결합해 강력한 계산 도구를 창출한 업적을 인정받았다. 다시 말해, 두 사람은 다양한 과학 분야와 일상 기술에 큰 영향을 준 기계학습(머신 러닝)의 토대를 마련한 사람들이다.
화학상은 워싱턴 대학의 데이비드 베이커 교수와 구글 딥마인드 회사의 창립자이며 최고경영자인 데미스 하사비스(Demis Hassabis)와 그의 동료인 존 점퍼(John Jumper)에게 돌아갔다. 이 세 사람의 업적은 단백질과 깊은 관련이 있다.
베이커는 완전히 새로운 단백질을 만들었으며, 하사비스와 점퍼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할 수 있는 인공지능 및 머신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모델 이름은 알파포울드(AlphaFold)다. 이것을 간단히 정의하면 '단백질 구조 예측 인공지능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과학자들은 수 년 걸리던 작업을 몇 분만에 수행할 수 있게 됐다. 알파포울드의 사용은 무료다. 하사비스와 점퍼는 노벨상 외에도 '생명과학 분야 혁신상'(breakthrough Prize in Life Science)과 '기초 의학 연구 부문 알버트 라스크 상'(the Albert Laster Award for Basic medical Research)도 수상했다.
단백질은 생물학의 핵심이다. 단백질은 생명의 기초가 되는 모든 화학 반응을 조절하고 지휘하며, 호르몬이나 신호 물질 및 항체 등 다양한 조직의 기초가 된다. 즉, 단백질은 인체 조직(tissue)과 기관(organ)의 구조, 기능, 조절에 필수적이다. 모든 단백질은 최대 20가지 종류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사슬(chain)로 시작해 DNA에 암호화된 서열에 따라 연결된다. 각 사슬은 고유한 구조로 접히는데(fold), 접히는 모양에 따라 단백질이 다른 분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이 달라진다.
단백질은 뒤엉킨 실타래처럼 보이며, 복잡하고 정밀하게 설계된 움직이는 부분(moving part)을 갖고 있어 화학 작용과 연결되고 다른 분자와 결합한다. 항체는 면역체계가 생성하는 단백질로 코로나19 바이러스 표면의 스파이크와 같은 외부 분자와 결합한다. 신약이나 백신을 만들려면 과학자들은 먼저 단백질의 구조와 작용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보통 박사 과정의 연구원들이 4, 5년을 소비한다. 그런데, AlphaFold는 이 힘든 작업을 단 몇 분만에 끝낼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이미 2억 개 이상의 3D 단백질 구조를 예측했고 그 정확도는 92.4%라고 한다.
최신 버전인 AlphaFold 3는 단백질과 다른 생체 분자(DNA, RNA etc.)와의 복잡한 상호 작용도 예측할 수 있다. AlpaFold는 옥스포드 대학의 기생충학 교수인 메튜 히긴스(Matthew Higgins)의 말라리아 백신 연구에 큰 역할을 했다. 말라리아에 감염된 암모기가 물면 기생충이 사람의 혈류로 들어간다. 히긴스 연구 팀의 가장 큰 난제는 말라리아 기생충의 형태 변화 능력이었다. 기생충이 자신의 모습과 숙주인 적혈구의 모습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면역체계를 회피하기 때문에 단백질 형태을 해독할 수 없었다. 이러는 중, 알파포울드의 출현이 전환점이 됐다. 히긴스 팀이 사용해 온 연구 모델과 알파포울드AI의 예측 능력을 결합시키자 갑자기 단백질의 전체 형태가 명확해진 것이다.
AlphaFold의 단백질 예상 구조의 시각적 예측(3D 모델)은 여러 분야의 생물 의학 연구를 가속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 발견이다. 특히,
*신약과 백신 개발,
*개인 맞춤형 의학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효소의 설계,
"식품의 가공과 생산을 돕는 새로운 효소의 설계,
*지속 가능한 단백질 대체물 제조,
등의 분야에서 엄청난 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AlphaFold는 아직 완전한 AI 단백질 예측 시스템이 아니지만 복잡한 생물학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정말이지, 인간의 노력과 능력은 숭고하고, 기계의 능력은 감탄을 동반한 섬뜩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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