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시절 지질 시간에 '툰드라'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툰드라는 영구 동토(fermafrost)가 있는 극지의 한랭한 지역이다. 영구 동토는 탄소 저장 기능이 있기 때문에 툰드라는 지구 생태계에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북극 지방의 온난화는 세계 평균보다 4배나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북극권 툰드라에 속하는 지역에는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등이 있다.
영구 동토는 땅의 온도가 연중 0도 이하로 유지되어 지속적으로 얼어있는 땅을 말한다. 최소 2년 이상 얼어 있어야 영구 동토라 할 수 있으며, 두께는 지하 몇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른다. 보통, 동토층은 토양, 모래, 유기물, 얼음 등이 섞여 수십 만년 동안 얼어 있다. 세계의 동토 1/4이 캐나다에 속하고, 이는 러시아에 이어 두 번 째다.
북극해와 접해 있는, 캐나다 노스웨스턴 지역에, 인구 1000명 정도의 작은 마을 턱토약턱(Tuktoyaktuk)이 있다(아래 지도에서 빨간색 표시). 마을에는 티크탈릭(Tiktalik) 호수가 있다. 이 마을은 냉전 시대에 반소련 레이더 시스템 기지로 시작됐다. 지금은 캐나다에서 자동차로 북극해에 도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장소 중 하나다. 또, 마을은 북극 오로라 관찰 및 툰드라 생태계와 영구 동토의 연구지로 알려졌다. 주민은 주로 이누이트와 이누빅 원주민인데, 이들은 전통적인 생활 방식과 현대적 요소를 혼합한 독특한 문화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들이 캐나다 최초의 기후 난민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턱토약턱 주민들은 언젠가는 고향을 떠나야만 하는 것을 안다. 이주 경비와 지키고 싶은 전통 때문에 아직 언제인지 결정을 못 내리고 있다. 해발 1,300~1,600 피트의 영구 동토층에 위치한 마을이 이제는 기후 변화 때문에 진흙 지반 위에 놓이게 됐다. 이렇게 동토층이 붕괴된 땅을 '녹은 단층(thaw slump)'이라 부른다. 2020년과 올해 이렇게 두 번이나, 녹은 동토로 인해 대규모 산사태(landslide)가 발생해 땅이 티크탈릭 호수로 함몰하는 바람에 툰드라에 커다란 분화구가 생겼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지표에서 몇 인치 아래에 있던 영구 동토층이 점점 지하 깊숙이 들어가고 있다. 사라진 영구 동토 땅은 뿌리째 뽑힌 관목과 진흙 등이 섞여 어지러운 풍경을 만든다. 더욱이, 땅에 갇혀있던 유기물이 방출되면서 껍질을 깐 감자 냄새를 풍기고 온난화 주범인 메탄과 이산화탄소를 방출한다. 현재는 방출되는 온난화 가스를 흡수하는 식물을 재배함으로 많이 상쇠하고 있지만, 현재의 속도로 기후 변화가 진행되면 동토의 온실 가스 배출량 규모가 세계 3, 4 위 배출 국가와 맞먹게 된다고 한다.
이제, 시신 처리와 무덤 관리가 주민들의 큰 고민 중의 하나가 됐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사망자를 땅에 묻으려면 불을 피워 땅을 녹인 후에 묻으면 됐다. 지금은 묘지에 균열이 생겨 무덤이 무너지고 십자가들은 도미노 모양으로 쓰러진다고 한다. 땅을 단단하게 하기 위해서 자갈을 채우기도 하지만, 언제 관이 바다 위를 떠다닐지 모른다. 풍습상 절대 이장을 안 하는 이누이트 원주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턱토약턱 주민들은 자연재해에 대응하기 위해서 해빙 깊이를 열심히 모니터 하고 있다. 데이터를 열심히 모은다. 인간의 죽음처럼 언제일지 모를 이주의 날을 머리에 담고 산다. 언젠가는 떠나겠지만, 그때까지 주민들이 조금 편히 지낼 수 있게 기후 온난화가 완화되면 좋겠다.
'the whole world 에는...' 카테고리의 다른 글
한국의 창조적인 정치적 시위 문화 (4) | 2024.12.25 |
---|---|
노벨 화학상과 물리상의 주역은 인공지능 (2) | 2024.10.25 |
인터넷과 언어 (2) | 2024.10.04 |
겨울 바캉스 (1) | 2023.12.28 |
세계화 후퇴시키는 권위주의 (0) | 2022.06.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