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는....

"동네주민 만남의 장"인 LA마라톤(LA Marathon)

rejungna 2009. 5. 28. 08:22

 

5월 25일 월요일 Memorial Day (현충일) 날에

LA 에서는 제 24회 LA마라톤 열렸다.

작년까지는 매년 3월 초 일요일에 개최되었지만,

막힌 길 때문에 신자들이 교회에 참석할 수 없다는 종교계 사람들의 압력에

시의회가 굴복한 결과, 올해에는 시험적으로 모두가 쉬는 공휴일이며

월요일인 5월의 메모리알 날을 택해서 열렸다.

 

봄날 3월의 날이 아닌 초여름 5월의 날씨이기 때문에

더운 날씨로 인해서 마라톤주자들이 탈수와 탈진같은 고생을 하거나

좋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를 무척 염려했었지만,

그 날 따라 시원하고 약간 구름낀 하늘에 바람 한점 불지 않아서

운좋게도 최적의 날씨의 축복 속에 마라톤이 개최되었다.

 

매년 마라톤주자들은 LA Downtown(다운타운)을 출발해서 LA 시내를 여기저기 돌은 후에 다시 다운타운으로 와서 최종 라인을 끝는다.

마라톤 코스 중에는 한인타운과 우리 동네인 행콕팍(Hancock Park)도 들어간다. 보통, 지역 주민들은 지역의 특성을 살린 장식을

동네 길에 매달거나, 동네를 지나가는 마라톤주자들에게 시원한 음료 서비스와 박수로 열렬하게 격려한다.

 

우리 동네는 백인 토박이들이 많이 살고 있는 지역에 속하는데, 매년 이 때만 되면 자기 집을 동네 사람들의 만남의 장으로

개방하는 주민들이 꽤 있다. 간단한 finger food(손으로 집어 먹는 음식)와 음료수를 제공하는 파티를 열어서

이웃들이 오랜만에 함께 웃고 대화하면서 LA마라톤이 코 앞에서 열리는 것을 축하한다. 마치 하나의 커다란 공동체처럼.

 

 

올해에는 사상 최고로 17,000 명 이상의 선수가 출전을 해서 뛰거나,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서 총 26,2 마일(42.195 km)을 달렸다.

요즈음에는 걷기와 달리기가 몸을 가꾸는 운동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얻는 때문인지 매년 참가하는 선수들이 늘어만 간다.

남자 우승자는 케냐 사람인 Wesley Korir(웨슬리 코리)가 LA마라톤 대회 역사상 최고 신기록인 2시간 8분 24초만에 완주했으며,

여자 우승자는 러시아에서 온 Tatiana Petrova(타티아나 페트로바)로 대회 세번째로 좋은 성적인 2 시간 25분 59초를 내었다. 

우승자는 상금과 부상 모두를 합해서 약 $160,000 의 돈도 받았다고 한다.

 

      

 

우리 동네는 21 마일에 해당하는 거리에 있다. 앞으로 5 마일 정도만 더 달리면 결승점에 이르는 위치이니 거의 끝 부분이다.

나도 아침 일찍 8시 쯤에 200 미터도 채 떨어져있지 않은 마라톤 코스인 큰길로 나갔다.

밤 사이에 마라톤을 위해서 쳐진 노란 줄을 빠져 나와서 옆으로 걸어갔다. 텅 빈 넓은 거리가 눈에 확 들어왔다.

나들이 삼아 가벼운 옷차림으로 가족 모두가 나온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였다. 이들은 아장거리는 아기와

국민학교 저학년의 어린이의 손을 잡고 개까지 끌고 나와서 길가에 앉아서 참을성있게 마라톤맨들이 지나가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올해는 연휴 탓에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많아서 길가에 나온 사람들이 예년에 비해서 훨신 적었다.

아니면 경기 탓에 축하할 기분이 들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달리는 마라톤주자들을 박수나 고함으로 격려 또는 환영하는

주민들의 마음은 많이 뜨거워 보였다. cheerleader(치어리더) 차림의 여학생들이 합창을 하듯이 외치는 "21 mile! We love LA"

(21마일 지점입니다. 우리는 LA 를 사랑해요) 라는 소리은 참으로 듣기 좋았고 그들의 귀여운 모습에 저절로 웃음이 나왔다.

엄청 재미있는지 연실 함박 웃음을 지으면서, 대단한 일을 하는 냥 부끄럼없이 쉬지않고 큰 소리를 질러대는

젊음의 모습이 여간 예쁘지 않았다. 참 밝고 곱다~~~ ^^*

 

선두 그룹은 이미 지나 갔지만, 마라톤을 완주하는 것에 의미를 두는 마라톤맨들이 작은 그룹으로 삼삼오오 무리 지어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갑자기 서있던 구경꾼들의 외침 소리가 더 높아졌다.

그 중의 누군가가 누구에게랄 것 없이 외쳤다. "Very Good!"

이 말을 들은 어느 마라톤맨 한 사람이 한 팔을 하늘 높이 쳐들면서 내 쪽을 향해 웃음짓고 지나갔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서로를 격려해주는 고양된 분위기 처럼 구경꾼 우리들의 마음도 한껏 올라가서

오래토록 행복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셔츠를 입은 한인들이 걸으면서 마라톤에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