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마다 오늘이면 아침 일찍부터 우리집을 비롯한 동네 정원사들이 잔디를 깎고 나무를 자르면서 무척 시끄러운 소리를 만들어낸다.
이제 그 소리에 익숙할 때도 되었건만 오늘같이 생각이 많은 날에는 신경을 건드린다.
오른쪽 옆집의 붕붕거리는 소리를 서막으로 왼편 대각선에 놓인 집이 다음을 잇고, 다시 딋집이 시작하면 왼쪽 옆집이 참여를 한다.
그런 후 곧 우리 집 정원사들이 오는 차 소리가 들려온다. 참 아침부터 부지런하기도 하다. 하긴 더우니까 빨리 끝내야하겠지만...
얼마 후의 잠시간의 정막이 이어지더니 몇 집 건너 이웃에서 콩을 볶기 시작한다.
왜 잔디깎는 소리는 언제나 항상 같은 소리를 내면서 변함이 없는 것일까?
세상은 온갖 신기한 발명품을 만들어내건만 정원사들은 50년 전이나 20년 전이나 지금에나 변함이 없는 비슷한 기계를 사용하는 것 같다.
소리가 조용한 새시계가 나옴직도 한데 들려오는 소리는 여전하다! 발명해봐야 타산이 맞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긴 세월 동안 변하지 않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은 이 세상을 살만한 곳으로 만드는 데에 도움을 준다.
나의 경우에도, 내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것들은 변했고, 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변할 것이다. 변하고 또 변할 것이다.
살기 위해서 변화를 좇고 남에게 뒤지지 않기 위해서 변화에 민감하지만... 가끔은 만고의 불변함이 그립다.
9월의 둘째 주(week)는 나의 탄생과 친정 아버지의 죽음을 기억하면서 변화가 가져온 내 삶을 생각해보는는 시간이다.
그러다가... 우연하게 컴퓨타에 저장해두었던 시 한편을 다시 만났다.
너
by 피천득
눈보라 해치며 날라와
눈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떨고
그저 얼마 동안 앉아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려져간
너
피천득 시인님 답게 짧고 명료한 시다. 항상 감칠맛나고 넘치지않는 시인의 마음이 여기에도 나타난다. 그래서 나는 갈증을 느낀다.
바로 그 감칠맛이 있어서 더 아름다운 시인가? 사랑에 맛깔스러운 여운을 더 주고 있나? 나를 더 흔드는가?
야속한 것은 아닌지...
힘들게 장애물을 헤치면서 가까이 왔으면 침묵만 하지 말고 눈짓이라도 주어야하건만...
왜 혼자 멀건이 앉아있기만 하는 건지...그리고는 가버리는지... 말없이 그리고 흔적 하나 남기지 않고.
가버린 너의 잔영에 마음이 아프다. 사라져간 네 모습의 흔적을 바라보며 마음이 멍해진다.
마음은 유리창 위에건, 뾰얀 먼지 앉은 차 지붕이건, 교실의 칠판 위이건, 인터넷 모니터 위에건 표현하는거야
이 바보야! 이것도 세상이 변화했기 때문이거든. 옛날 식으로 "멀리서 아스라히 애달프게" 느끼기만 하면 않되.
잠시... 한 세상을 마치신 아버지를 생각했다. 아직도 당신을 그리는 것을 알고 계실까? 모르시면 어떠랴! 아버지는 가장 중요한
정신과 피를 나에게 남게 주셨는데 말이다.
인생을 살면서 많은 이들과 나누는 사랑을 정리해본다. 사랑은 과거일까 현재일까 미래일까?
내가 그려보는 사랑은 어떤 것일까? 나는 어떤 모양을 사랑이라고 부를까? 새삼스럽지만 나도 알고싶다.
사랑은
바로 여기에 나와 함꼐 지금 이 순간에 존재하는 것
나란하게 길을 걸으면서 눈을 맞추어 보는 것
비슷한 생각에 실소를 나누는 것
혼자만의 미소가 풍부해지는 것
기도하는 마음이 저절로 생기는 것
부끄러운 듯이 감출 듯이 가끔 자신을 보여주는 것
덕분에 자신만의 독특한 모양새로 계속 성장해 나가는 것
가끔 조용히 꺼내보면서 혼자서 다짐하는 것
누군가가 옆에 있다고...
누구나 한번쯤은 가져본다는 사랑이지만 언제까지나 같은 모습으로 머물지는 않는다.
멀리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하고 없던 것이 생기기도 하고 작던 것이 더 커지기도 하고 행복을 주던 것이 눈물을 주기도 한다.
변화하면서 편안 모습의 사랑으로 자리매김을 하는 사랑은 질긴 생명력을 갖는다. 이런 사랑은 설레임을 준다.
나는 어떤 사랑을 원하는지... 지금의 사랑에 만족하면서 머물 것인지...
이 더위가 가시고 어서 빨리 가을이 왔으면 좋겠다.
그리고 가을이 많이많이 깊어질 때 쯤에 멀리 여행을 떠날 것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곳으로. 미지의 세계로.
잠시 나만의 인생과 사랑을 찿아 떠나보고 싶다.
그 세계의 양분을 흠뻑먹고 돌아와서 다시 나를 귀하게 여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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