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0일 부터 코넬대학 병원서 3년간의 레지던시를 시작한 아들 덕분에 6월에 뉴욕 맨하탄 여행을 했다.
5월 말 한국 여행을 마치고 분주하게 준비한 미대륙 횡단의 작은 이사였다. 병원에서 보조를 해주는 스튜디오(one room) 아파트가
비좁을 것이란 것을 익히 알고 있었으므로, 이미 뉴저지의 아들 친구집의 차고에 가있던 TV와 책상을 제외하고는 주로 책들과
옷가지들 뿐이었다. 나로서는 뉴욕행이 이번이 세번째다. 첫번째는 온 식구가 9/11 나던 날의 바로 며칠 전에 관광버스로 맨하탄의
주요 관광지를 구경한 덕에 지금은 없어진 World Trade Center 빌딩 옥상에도 올라가 보았었다. 두번째는 남편과 함께 뉴저지의 친구집을
방문 하면서 Empire State Building 과 한인타운을 중심으로 맨하탄을 돌아보았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들의 이삿짐을 풀고 간단한
살림도구를 장만하면서 뉴욕에 사는 사람처럼 발품을 팔거나 지하철로 돌아다녔다.
거주자의 시선을 갖았던 나의 태도는 광광객의 그것과는 달랐다. 관광객일 때는 새로움과 다름, 그리고 도시의 함축된 역사와
지나가는 사람들의 에너지만으로 충분히 매료되었었다. 하지만 거주자로서의 눈은 시의 발전 가능성, 주거지로서의 편리함과
현재 살고있는 사람들의 실생활 까지 눈여겨 보게 된다. 즉, 경제적인 측면, 교통, 안전, 교육 등등 좀 더 비판적인 눈을 갖게 된다.
10일 정도를 뉴욕에서 보냈다고 뉴욕커(NewYorker)가 될 수는 없다. 결국 나는 방문자로서, LA 사람으로서 무의식적으로
뉴욕을 LA와 비교하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이 뿜는 에너지가 참좋았다. 길에 걷는 사람이 많아도 서울같이 밀치지는 않았다.
그들의 빠른 걸음걸이는 목적이 있고 활력이 있어 좋았다. 사방으로 높이 치솟은 건물들은 저마다 특성있는 역사와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바라보는 내 가슴을 무척이나 뛰게했다. 곳곳에서 쉽게 문화의 코드를 읽을 수 있는 것도 행복감을 주었다. 편하게 입은
사람들과 맵시있게 정장을 한 사람들이 뒤섞인 지하철은 170개에 달하는 언어와 각양각색의 피부색 만큼이나 도시의 다양성을
잘 대변하는 것이 흥미로웠다. 흙이 거의 없는 아스팔트 길 모통이의 작은 공원에는 초록색 나무 사이로 어린아이들이 뛰놀고
그 틈새로 개들은 주인과 산책을 하다가 소변을 보는 광경도 친밀했다. 아파트 건물 아래로 내려오면 지척에 온갖 식당과 가게들이
즐비한 것도 편했다. 걷다가 지치면 가까운 식당이나 커피숍을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기쁨도 컸다. 한국처럼 아무 곳에서나
손을 높이 들어 잡을 수 있는 택시도 편하고 좋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한 힘들의 기운들이 함께 모여있는
도시가 특별하게 느껴져서 좋았다.
(Penn Station 에 막내려서 한인타운 쪽으로 걸어가려고 방향을 잡고 있다.)
하지만 난 역시 LA 사람이었다. 덥고 찌고 붐비고 물가 비싸고 찌린내나는 지하철을 타야하는 뉴욕보다 건조하고 느릿하고
밋밋하고 매년 큰 변화 없이 항상 그 타령인 LA가 넓고 시원해서 살 곳이라고 생각했다. 아마 내가 다시 20대가 된다면 뉴욕은 도전해
볼만한 도시란 생각은 들었다. 비지니스 보다는 특별한 기술이 있거나 전문직이라면 살만한 곳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쨋든,
뉴욕에서의 시간은 오랫동안의 공부와 그 많던 시험을 뒤로하고 조금이나마 돈을 버는 직장인이 된 아들 덕에 엄마로서
또 하나의 즐거움을 가져볼 수 있었던 의미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아들이 일하는 병원은 이름이 길다. 지금껏 몰랐고 관심도 없었던 병원에 관한 내용들을 알게 되었다.
병원 이름은 New York-Presbyterian Weil Cornell Medical Center 로 코넬의대 건물과 붙어있다.
그런데, 공식적인 명칭은 New York-Presbyterian University hospital of Columbia and Cornell 이다.
원래 New York Hospital 이라고 불리던 코넬대학 병원과
The Presbyterian Hospital 로 불린던 콜럼비아대학 병원이 1998년에 합병되었다고 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지금껏 각 병원이 해온대로 따로 운영되고 있지만,
재정이 합쳐져서 병원의 구매력은 대단하고 2192개의 침대를 가지며, 미국 내에서의 병원 랭킹도
5,6위로 껑충 뛰어올랐다. New York-Presbyterian Columbia University Medical School 라고 불리는
콜럼비아대학 병원 건물은 코넬병원에서 보면 센트랄 파크를 넘어서서 북서쪽인168가 에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코넬대학은 뉴욕주의 Ithaca(이타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있지만 의대와 병원은
the East River가 내려다보는 뉴욕시의 맨하탄 Upper East Side(북동쪽)인 68가에 위치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병원도 이카타에 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어서 맨하탄에 있다면 놀라곤 한다.
이 Upper East Side 지역은 뉴욕에서 주거지역으로 알려져서 특히 아파트와 콘도들이 많지만,
여는 곳과 마찬가지로 빌딩숲과 수많은 가게들, 그리고 새벽부터 어디론가 향하는 사람들로 붐빈다.
York Aveneue 와 69가 에 위치한 코넬의과대학이다. 병원은 뒤쪽에 위치해있다.
68가 쪽 정문에서 본 병원 모습이다.
병원 website 에 있는 사진으로 위에서 찍은 것이다.
왼쪽앞 건물이 의과대학이고 그 뒤가 병원인데 주위 블락에는 학생과 직원들이 거주하는 아파트 건물들이 많다.
아들의 이사짐이 들어가고있다. 몇개 되지도 않는 박스를 지키면서 찍은 사진이다.
병원 아파트 중에서 가장 싼 건물의 스튜디오를 신청한 애를 위해서 제일 먼저 한 일이 에어콘 구입이었다.
하지만 학생 기숙사가 아닌 "Staff House" 라고 당당하게 쓰인 현판이 웬지모를 자부심을 주었다.
내가 가본 맨하탄의 관광지를 말하게 전에 뉴욕시에 관한 정보를 짧게 적어보겠다. 나를 비롯하여 뉴욕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기
위해서다. 알다시피 뉴욕은 세계의 교역, 금융, 미디아, 문화, 예술, 패션, 연구, 교육, 그리고 예능의 중심지이다. 이태리의 한 탐험가가
인디안이 살고 있던 땅을 1524년에 발견했다. 1624년 부터 네덜란드 사람들이 모피 교역을 위해서 무역항으로 쓰기 시작했고,
영국인에 의해서 1664년 이래로 영어 이름인 New York으로 불리기 시작했다. 1785년에서 1790년 까지는 미국의 수도였으며,
1790년 이래로 미국서는 가장 큰 도시다.
뉴욕시는 5개의 borough(버로)로 나뉘어져있다.
버로는 작은 행정구역을 의미하는 것으로 자치적인 행정기관을 갖고있다.
이 다섯개의 버로 이름이 맨하탄(Manhattan), 브룩클린(Brooklyn), 퀸스(Queens),
브롱스(the Brox), 스테튼 아이랜드(Staten Island)이다.
이 중에서 맨하탄은 뉴욕시의 심장부로 뉴욕시를 구경했다면 보통 이곳의 방문을 말한다.
퀸즈의 Flushing(플러싱) 지역에는 한인타운이 크게 조성되어있고,
브룩클린은 요즈음 보기드문 성장세로 젊은이들 사이에 문화와 예술 지역으로 새롭게
뜨고 있는 지역이다.
브롱스에는 Edgar Allan Poe(에드가 포우) 시인이 그의 마지막 3년을 살았던 작은집과
Yankee Stadium(양키구장)이 있다.
스테튼 아이랜드는 가장 남쪽에 있으며 뉴저지의 New Ark(뉴악) 공항과 가깝다.
뉴욕 맨하탄 관광지 여행은 다음으로 미루어야할 것 같다.
새로운 추억이 만든 기억을 더듬어서 이 글을 쓰는 동안 뉴욕의 냄새가 진하게 내 코로 들어오는 것만 같았다. 추억은 사람으로
만들어지기도 하고 특정 장소와 물건이 고유적으로 짜내기도 하고 사건이 엮어내기도 한다.
나는 이 중에서 사람으로 만들어진 추억을 가장 좋아한다. 하지만, 내가 낳은 자식이 자라면서 선사했던 추억만큼 더 뼈속으로 새겨진
것이 있을까? 나는 가끔 이국땅에 살면서 어쩔 수 없이 지어지는 빈 공간의 속을 이 추억으로 채우기도 하면서 혼자 웃는다.
사람들과 만든 추억은 마치 갖구어낸 빵들로 가득찬 빵집의 진열장이나 그것을 먹을 수 있는 테이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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