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뉴욕뉴욕" 노래만큼 뉴욕에 대한 사랑을 잘 표현한 작품도 없는 듯하다.
자신들을 뉴욕커라고 지칭하는 이들의 뉴욕 자랑을 들어보면 부럽기도 하고 질투나기도 한다. 한국서 유학온 친구 딸들 조차도
"뉴욕, 너무 좋아요. 특히 젊은사람들에게요!" 라면서 함박웃음을 띄고 뉴욕 예찬론을 늘어놓았다. (정말 그런가???)
I want to be a part of it, New York, New York (나는 뉴욕의 일부가 되고 싶어.)
I want to wake up in that city that never sleeps. (잠자지 않는 그 도시에서 깨어나고 싶어.)
If I can make it there, I will make it anywhere. It's up to you New York, New York.
( 뉴욕에 갈 수만 있다면 어디든 좋아. 이 모든 것은 전부 뉴욕에 달린거야.)
맨하탄의 수많은 관광지 중에서 가장 내 가슴을 뛰게했던 곳이 바로 Times Square and Broadway(타임스광장과 브로드웨이)
였었다. 오후 4시 쯤에 도착한 타임즈 스퀘어는 미처 중심에 도착하기 전부터 하늘을 찌르는 듯한 강한 에너지를 발산하고 있었다.
빌딩 전면을 장식한 수많은 사인들 중에서 첫눈에 들어 온 간판이 David Letterman(데이비드 레털만)이 진행하는 CBS 방송국의
심야 토크쇼인 Late Show 이었다. 와~~ 반갑다! 그 프로 잘아는데.
타임즈 스케어는 동서로는 Broadway(브로드웨이) 길과 Seventh Avenue,
남북으로는 42가와 47가 사이를 일컫는다. 브로드웨이 극장가는
타임즈 광장을 포함한 더 넓은 지역으로 동서로는 Sixth Avenue와
Seventh Avenue, 남북으로는 40가 부터 53가 까지를 말한다.
특히, 이 지역을 벗어난 공연장을 Off-Broadway 라고 부르는데,
뉴요커들은 On-Broadway의 관광객들을 피해 이 곳을 더 즐겨 찿는다.
1904년 뉴욕타임즈 신문사가 이 광장으로 본사를 옮긴 후부터 이름을
타임즈 스퀘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마침 창사 파티 날이 12월 31일
이었는데, 그 때에 축하공을 높은 곳에서 떨어뜨린 방식 그대로 아직도
한해의 마지막 날에는 아래 사진 가운데에 위치한 탑에서 공이 내려오는
것을 보면서 수많은 인파들이 새해 카운트 다운을 한다. ...셋, 둘, 하나.
매년 12월 31일11시 59분이면 앞 정면에 보이는 긴 전광판 탑 위에 설치한 폴대에서
커다란 번쩍이는 New Year's Eve Ball(새해를 알리는 공)이 땅을 터치하는 순간 새해가 된다.
이 순간을 보기 위해서 세계 각국에서 타임즈광장에 모이는 인파는 매년 백만이 넘는다.
타임스 스퀘어에 위치해있는 건물의 주인들은 빌딩에다 번쩍이는 디지탈 광고판을 무조건 설치해야한다.
아마 미국서 유일하게 사인을 장려하는 곳이 여긴가 한다. 이들 광고판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이 나스닥 전광판이다.
서서히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면 광장 바로 옆에 운집해있는 브로드웨이의 극장들의 눈부시도록 화려한 광고판이 불을 뿜는다.
그 불빛을 바라보는 내 가슴은 무척 뛰었다. 화려하게 번쩍이는 불이 사람의 마음을 흥분케하는 모양이다.
아니면 너무도 밋밋하고 잔잔한 LA 의 하늘에 익숙한 내 호르몬을 불야성 같은 불빛이 깨웠는 지도 모르겠다.
다음으로 내 마음을 뺏긴 곳은 맨하탄과 브룩클린을 이어주는 Brooklyn Bridge이었다. 다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탄성이 나왔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를 바라보면 어딘지 애잔하면서도 정적이고 아름다운 여성적인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브룩클린 다리는 강인한 남성이 사랑하는 여성 앞에서 힘을 뽐내는 듯한 지극히 남성적인 느낌을 받았다.
길이가 자그마치 1,825 미터나 되며 교각을 떠받치는 촘촘한 쇠줄들이 씩씩하게 버티고 있기 때문인가 보다.
이 다리는 suspension bridge(현수교) 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현수교 중에 하나이며 또 세계에서 제일 긴 현수교다.
고틱 형식으로 독일 이민자인 뢰블링 가족이-- 아버지가 시작, 아들이 대를 잇고, 결국 며느리의 힘을 빌려--13년(1870-1883)에
걸쳐서 완성했다. 아버지 John Roebling은 공사 중에 발을 다쳐서 파상풍으로 사망했고, 대를 이어서 아들 Washington이 책임을
맡았다. 그러나, 그마저 교량건설 중 일어난 폭발사고로 몸이 마비되었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고 병상에 누워서
부인 Emily 가 고등수학과 교량공학을 공부해서 현장에서 책임자로 일할 수 있도록 지도했다. 불굴의 믿음과 의지를 지녔던
한 가족 덕분에 이 다리는 뉴욕서 가장 경이로운 건축물로 꼽히고 있다.
위와 아래 사진은 브룩클린 브리지를 낮과 밤에 바라본 모습이다.
바다에 가라앉지 않게끔 다리를 붙들어주는 저 수많은 쇠줄들은 보면 나도 모르게 겸허해진다.
저 수많은 쇠줄을 바로 저 자리에 놓기까지 모르는 이들의 희생과 수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소수의 재능과 업적 덕분에 다수가 오래도록 혜택을 받는다는 사실에 감사와 미안함을 느꼈다.
차량 통행을 방해하지 않도록 다리의 인도를 높인 덕분에 주변의 경치가 한눈에 들어왔다.
특히 다리에 서서 보는 Lower Manhattan 의 야경은 유람선과 건물에서 쏫아내는 불빛 덕분에 참으로 고왔다.
얼마 전에 감상했던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영화 "Eat, Pray, Love"에서 바로 아래 사진 장면이 순간적으로 나왔었다.
어, 바로 저 장면은 내가 찍었던 사진과 꼭같네!!!
뉴욕 맨하탄의 한인타운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지만 여러 해 전에 보았던 모습이 떠올라 새삼스러운 기대를 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사뭇 충격을 받았다. 이 전에 본 모습과 어찌 그렇게 달라 보이는지 신기할 정도였다. LA 한인타운은 넓게 퍼져 있어서
마치 우리 교포들이 넓은 땅을 접수한 듯한 뿌듯함을 주기는 하지만 한인타운을 대표하는 구심점이 결여된 아쉬움이 있다.
이에 비해서 뉴욕의 한인타운은 한 블럭의 짧은 거리지만 한인타운이라는 강한 인상을 주었고 한인들에게 필요한 가게들은 다
있어보였다. 음식을 비롯한 모든 물품의 가격이 LA보다 비싼데도 불구하고 식당, 마켓, 요구르트집, 빵집 등에 손님이 넘쳐났다.
더우기, 식당 안 입구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나 이미 자리에 앉아서 한국 음식을 먹는 사람들의 1/3 이상은 외국인이었다.
이런 광경은 나에게 아주 신선한 충격이었고 뉴욕 맨하탄 방문이 선사한 큰 흐뭇함 중의 하나였다.
한인타운 근처에 가면 먼저 "Welcome to K-Town"이라는 커다란 싸인이 방문객을 반겨준다.
꼭 한식을 먹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장을 보기 위해서, 또 손에 익었던 것으로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기 위해서 찿는다. 세계 각국의 다양한 음식이 넘쳐나는 뉴욕에서 입맛 당기는대로 갈 곳도 많지만
가끔은 한식을 먹으면서 한인 가게를 찿아주어야 하지 않을까!
좁은 공간에 많은 가게가 밀집된 것이 신기했다. 밤에는 한인과 타인종들의 발걸음이 더 잦아져서 더욱 더 붐볐다.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어디서 사는 사람들일까? 일을 끝나고 귀가 길에 들렸을까?
주거비가 비싼 맨하탄에서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터인데도 K-town은 분주하다.
어쨋거나 사람이 넘치는 한인타운은 왠지 활력있는 한인들의 구심점 같아서 좋다.
맨하탄에서 예술과 연상되는 지역은 Greenwich(그렌이치)와 SoHo(소호)이다. 이곳에 가면 예술가들이-- 미술과 음악,
그리고 문학하는 사람--길거리에서 펼치는 거리공연을 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곳은 실제로 주거지역이다.
그렌이치 동네에는 가난한 예술가들이 많이 살았었지만 부동산 값 폭등으로 점차로 이 동네를 떠났고 지금은
중산층으로 채워졌다. 특히, 이곳은19세기 말과 20세기 초의 미국 보헤미안(bohemian) 문화의 요람이었으며, 마약에 젖고
물질주의를 배격하면서 동양 철학에 심취했던 비트 운동(Beat Movement)의 발상지이기도 하다.
소호는 그렌이치 동네와는 반대로 차츰 예술가들로 채워진 지역이다. 원래 공장, 술집과 사창가들이 많은 황량한 동네이었지만,
1960대 부터 싼값에 넓은 공간을 찿던 예술가들이 이 지역으로 모여들면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일과 주거의 뜻을 두고
시당국과 협상해서 이 지역에 새로운 이름을 붙였다. 처음에는 South of Houston(휴스톤 거리의 남쪽지역) 이라고 불렸으나
주민투표에 의해서 첫 두글자만 뽑아서 짧게 SoHo 로 불리고 있다.
그렌위치 동네에는 윗층들은 주거지이고 아래층은 카페인 건물이 많다. 건물들은 대부분이 벽돌 건물이며
카페는 최소한 50년은 된 듯한 시설과 분위기이었다. 그래도 벽을 터서 open Cafe 형태이었기 때문에
여유롭게 지나가는 사람들도 구경하고 커피 한잔과 입안에서 부셔지는 과자 맛을 음미하면서 잠시 쉬어가기 좋았다.
잡지책을 보면 아파트들은 겉은 낡은 듯이 보이지만 집안은 감탄할 정도로 예술적으로 잘 꾸며놓은 집이 많다.
나라면 버렸을 물건들의 위치배정을 적절히하고 색깔을 입혀서 모양새있게 늘어놓으니 영락없는 예술가의 집들이다.
그렌위치와 소호 바로 밑에 있는 Financial District(금용가)를 마지막으로 추천한다. 뉴욕을 가면 꼭 Wall Street 를 방문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본주의의 상징으로 세상의 온갖 부와 명예와 재능과 야심이 모여있는 곳이기 때문에 분위기 정도는
알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Wall Street 주위는 생각보다 좁지만 많은 빌딩들이 거만하게 머리를 맞대고 빽빽하게 서있다.
옛날에 지은 건물들은 현대 건물에 비해서 웅장하고 멋을 부려서 지은 탓에 아름답다. 정말 위용을 뽐내는 은행 건물들이 즐비하다.
월가에 들어서면 미국 정부의 탄생 요람지이며 초대 대통령이었던 죠지 와싱턴이 대통령 선서를 했다는 Federal Building
(연방정부청사)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다. 이어서 뉴욕 증권 거래소의 도도한 자태가 보이고, 뒷쪽으로 한참 걸어가면
연방준비이사회 빌딩도 있다. 또 빠질 수 없는 월가의 상징인 황소 조각은 너무 유명하다. 사람들의 손길에 청동의 코가 약간
탈색된 황소 앞에서 관광객들은 함박 웃음을 짓으면서 차례로 사진을 찍는다.
Wall Street를 빠져나와서 10분 정도 걸으면 하늘 높은줄 모르던 World Trade Center 건물이 서있던 Ground Zero를 만나게된다.
타버린 잿더미를 치운 자리의 넓은 공터는 마치 빌딩숲 속에 움푹 패인 계곡 같이 보인다. 하지만 지금은 과거에 매인 참극의
현장이라고만 할 수 없다. Freedom Tower 를 짓기 위해서 여기저기에 건설장비가 놓여있고 건설 일꾼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꼭 9년만에 다시 찿은 이곳은 그 때와 비교해서 하늘과 땅 차이다. 2001년 9월 6일, 그러니까 9/11이 터지기
5일 전에 이곳을 방문해서 옥상에 올라가 뉴욕시를 내려다 보면서 뉴욕의 대단함을 피부에 닿았었다. 이제는 건설현장의
시끄러운 잡음 소리만이 나를 저으기 안심시킨다. 언젠가는... 이 다음 세대들은 이 자리에 서게될 또 하나의 뉴욕의 명물을 보면서
지나간 사건을 이야기할 것이다. 비록 수많은 희생이 담긴 슬프고 가슴 아픈 이야기이지만...
결론적으로 뉴욕에는 볼 것이 너무 많다. 누구나 한번쯤은 must-see (꼭봐야)한 곳으로 추천하고 싶다.
한달 정도를 맨하탄에서 보내면서 매일 돌아다니면 모를까, 전부 다 볼 수는 없다. 소음, 지저분함, 냄새, 물가 등등 나쁜 것은
잊어버리고 눈으로 보면서 감탄하고 가슴에 파고드는 것만 기억하면 더 좋겠다. 맨하탄에서의 시간은 참 빨리 흐른다.
눈요기감이 많아서 거리를 배회하고 백화점과 가게들을 조그만 기웃거려도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박물관과 미술관에 가보겠다. 미술관은 한 군데도 가보지 못했고 박물관은 American Museum of Natural History
(자연사 박물관)만 방문했다. 이곳도 너무 규모가 크고 볼 것이 많아서 대충 보고 나와야 했다. 아들의 아파트로 돌아오면서
지친 다리와 아픈 허리에 에너지를 주고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서 정신이 확깨는 강한 espresso(에스프레소) 한잔을 마셨다.
(뉴욕여행 포스팅을 빨리 마무리하고 싶었지만 이일저일에 밀려서 마치 숙제를 못마친 듯해 찜찜하였다.
오늘로써 세번에 걸쳐서 질질끈 포스팅을 마칠 수 있어서 감사하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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