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토요일 아침에 일어나서 신문을 집어 오려고 밖으로 나갔다. 그런데 집 앞마당 드라이브웨이에 세워둔 내 차에 하얀 먼지들이
빈틈없이 쌓여있는 것이 보였다. 통상 공기에 떠도는 작은 먼지가 아니라 제법 큰 먼지들이었다.
"이상하다? 집공사를 하는 이웃도 없는데?"
신문을 들은 채로 오른쪽의 옆집 드라이브웨이에 주차된 옆집 차를 쳐다보고, 다시 반대쪽으로 걸어가서 왼쪽 이웃의 차를 보았다. 또
길가에 주차된 차들도 바라보았다. 전부 하얀 가루와 먼지로 덮혀서 지저분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화재에서 날라온 재라는
생각이 들었다. 산불이??? 급히 집안으로 들어와서 최신 뉴스를 보려고 LA Times 사이트에 들어갔다. 짐작대로 밤 사이에 LA에서
12 마일도 안되는 거리의 산에서 산불이 발생했는데 아침이 되면서 크게 번져서 5,000 에이커의 땅을 태우고 있다고 한다.
공기가 아주 탁하게 느껴졌다. 목이 메이는 기분도 들었다. 아니나다를까 대기 오염을 조심하라는 경고도 나왔다. 어제와 오늘 여기
LA 의 기온은 금년들어서 최고를 기록했다. 화씨 100 이상 치솟은 고온과 바람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 산불을 번지게 했다고 한다.
어느 한 순간에는 불이 한꺼번에 네 방향으로 번지는 공포를 만들었다고 한다. 미국 한쪽에서는 물난리, 다른 이쪽에서는 불난리로
희생과 손해가 막심하다. 자연재해의 위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지구를 못살게 굴면서 점점 더 욕심부리는 인간들을 혼내려는
자연의 자연스러운 표출인지 무섭기 까지 하다. 특히 LA는 지진의 공포가 항상 내재되어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자연 재해에
상당히 노출되어 산다.
이미 알려진대로 미국 택사스주의 휴스톤과 근교 도시들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 그 물폭탄의 규모가 너무 대단하고 놀라워서
모두들 말을 잃었었다. 순식간에 도시 전체가 물에 잠겨서 땅이라고는 보이지 않았다. 놀라고 미약한 사람들은 길을 잃고 헤매었으며,
도망쳐 나온 삶의 터전들인 집과 업소들은 부셔지고, 망가지고 , 쓸려내려가고, 잔재만 남았다. 부자와 없는자 할 것 없이 모두 자연의
희생양이 되었다.
기후 온난화로 해수면이 올라간 탓에 태풍, 산불, 토네이도의 위력은 날이 갈수록 슈퍼맨이 되고있다. 빈도수는 옛날과 비슷하지만
그 파괴력은 수십배로 커졌다. 물에 잠긴 집을 떠난 이재민들이 공공시설의 간이 침대에 누워 밤을 지새우는 모습이 남의 일 같지 않다.
내 것이라고 당연히 여겼던 것을 예고도 없이 잃을 때의 사람들의 심경은 어떠할까? 물이 빠져나간 집의 잔재는 얼마나 기막힐까?
속이 까맣게 탓을 것이다.
오늘 하루종일 득별히 더 뿌연 하늘을 바라보면서 마음이 착잡했다. 내 손 안에 있는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때는 마음껏 즐기고
잃을 때는 미련없이 던져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어려울 것임을 안다. 정말 어려울 것이다. 인생이란, 참...
태풍 하비 Harvey 가 머물고 있는 하늘
태풍을 겪은 휴스톤의 실상을 적기 위해서 '미주한국일보 the Korea Times' 의 9월 1일자 사설을 그대로 옮긴다.
<수재민에게 사랑의 손길을> 2017-09-01 (금)
'휴스턴이 물에 잠겼다. 허리케인 하비가 급습한 이래 장장 6일 동안 폭우가 쏟아지면서 휴스턴 일대는 수중 도시가 되었다. 물 위로
지붕만 점점이 보이는 주택가들, 둥둥 떠내려가는 자동차들, 휠체어 탄 채 허리까지 물에 잠겨 망연자실한 양로원 노인들, 보트든
카누든 물에 뜨는 것이면 무엇이든 동원해 인명 구조에 나선 자원봉사자들, 광활한 대피소 안을 끝도 없이 메운 이재민들 …
지난 며칠 우리 앞에 뉴스로 펼쳐진 광경들이다. 성난 자연의 가공할 위력, 그 앞에서 미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실존을 새삼 깨닫게 한다.
이번 허리케인· 열대폭풍은 미(본토) 역사상 최대의 강우량을 기록하고 일단 기세를 꺾었다. 지난 며칠 하비가 쏟아 부은 강우량은
근 50인치로 웬만한 지역의 연 강우량을 훌쩍 뛰어넘는다. 거대한 나이아가라 폭포에서 10여 일 계속 떨어지는 물의 양과 맞먹는다고 하니
초강력 물폭탄이라고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그만큼 엄청난 피해가 예상된다.
허리케인 하비로 인한 재정적 손실은 최대 1,000억 달러대로 추정되면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전망이다. 홍수에 휩쓸려 손실된 승용차와
트럭만도 1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역시 자연재해 피해 중 사상 최대이다. 이제까지 피해가 가장 컸던 2005년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액이 500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해보면 앞으로 복구작업에 얼마나 많은 재정과 시간이 투입되어야 할지 상상이 어렵다.
무엇보다 큰 비극은 인명 손실이다. 31일 현재 최소한 37명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되었지만 앞으로 숫자가 얼마나 늘어날지는 알 수가 없다.
물이 빠지면서 물속에 잠겼던 집안과 자동차 안이 드러나고, 구조요원들이 수색작업을 펼치면서 사망자 숫자는 급속도로 늘어날 것이다. 수
많은 가족들이 평생 쌓아온 삶의 터전을 잃고, 사랑하는 가족을 잃고 절망 속에 새 날을 맞게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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