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heartfelt story

9월의 단상

rejungna 2024. 9. 23. 08:03

아주 오래동안 블로그에 개인적 생각을 쓸 기분이 아니었다. 몇 년 전에 다움 블로그가 패쇠되고 티스토리 블로그로 자동 전환 되면서 글을 올릴 수 없었다. 내 블로그가 먹통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지난 긴 시절 동안의 500개 가까운 글들은 인터넷 상 허공에 떠 있었을 뿐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블로그에 대한 마음을 접은 채로 몇 년을 지냈다. 아니, 블로그에 글을 올릴 시간이 충분치도, 마음의 준비도 안되어 편한 마음으로 블로그에 대한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정말 우연히, 내 컴푸터에 나의 지난 블로그가 문을 열었다. 왜 그 사이트가 갑자기 떴는지 아직도 모른다. 하지만 갑자기 펼쳐진 지난 시절의 추억들에 놀라면서도 글을 올릴 수 있는지와 블로그 내에서 이것저것 움직일 수 있는 지를 시도해보았다. 죽은 것으로 알던 블로그는 주인장 없이도 몇 해 동안 숨을 쉬면서 여전히 방문객들의 자국을 담고 있었다.

 

놀라움과 기쁨으로 컴퓨터에 저장된 다른 매체에 올렸던 글들을 복사해 블로그에 올려 보았다. 성공적이었다. 아! 블로그는 살아 있었구나! 큰 발견이었다. 그러나 개인적인 감정이 풀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또 블로그를 접었다. 나의 지난 시간이 담겨진 블로그가 있건 없건 내 인생에서 큰 차이가 없으니까. 그 의미도 예전 같지 않으니까.

 

지난 주 스크린 사이즈 13인치의 커다란 아이패드를 새로 구입했다. 이에, 새 기기를 이용해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것을 시험하기로 마음 먹었다. 며칠을 벼르다가, 따스하고 시원한 바람이 창문으로 들어오는 일요일 오후 시간인 오늘을 택해 글을 쓰고 있다. 밖에는 상쾌한 바람에 흔들리며 따뜻한 햇살 덕분에 가볍고 포근하게 마르는 내 빨래가 널려있고 그 빨래들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가 창문을 통해 들려온다. 빨래는 빨래 기계로 돌리지만 말리는 것 만큼은 캘리포니아의 공짜 에너지를 애용한다. 말리는 수고 보다 바짝 마른 빨래를 걷는 기쁨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또 이런 행동은 내가 지구를 사랑하는 하나의 작은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은 내가 다시 감정적인 글을 쓸 수 있을 지에 대해 테스트 해보는 중요한 순간이다. 거울에 보이는 굳어진 표정과 늘어난 주름 만큼이나 감정도 푸석푸석 하고 말라서 힘을 가하면 부셔지기 쉬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믿는 가장 큰 주님의 섬리는 "도처에 문은 항상 열려 있다. 열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열리기를 기다리는 문이 많다." 것이다.

 

머리 속에, 마음에, 가슴에 시원한 바람이 통과하기를 바래본다. 요즘 내가 연습하는 키보드 곡이 있다. 김창기의 '거리에서'이다.

 

https://music.youtube.com/watch?v=yHWRP79iFMg&si=8WlTjtJibswL5jN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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