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성큼성큼 다가오는 할로윈데이 - 10월 31일 목요일

rejungna 2013. 10. 22. 13:19

곧 할로윈날 (Halloween Day)이 온다. 10월 31일 목요일이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인 11월 1일은 모든 성인과 순교자의 날

(All Saints' Day)이다. 지금 미국의 마켓에는 한창 둥글고 커다란 오렌지색 호박들이 빽빽이 얼굴을 맞대고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선택받은 호박들은 칼로 모양을 낸 잭오랜턴 (Jack O Lantern)으로 변화되어서 주목을 받거나 호박 스프와 호박 파이와 같은

달콤한 음식으로 격상되어 풍성한 식탁의 주인공이 된다.

 

 

물러서는 여름의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진 정원의 예쁜 꽃들은 너무 빨리 할로윈날이 온다고 푸념한다. 하지만 날씨는 가을 기운이

우세하다. 아직도 낮에 작열하는 남가주의 그 유명한 태양은 온 힘을 다해서 실력을 발휘하지만 가는 세월에는 역부족이다. 벌써

남가주의 무르익어가는 가을의 큰손님인 할로윈을 맞을 준비로 분주하다. trick or treat 을 외치면서 단 것(온갖 종류의 사탕이나

초코렛)을 바라는 아이들을 유혹하려는 듯이 할로윈 채비를 단단히 하고있다. 정성이 보통아니다. 할로윈날이 되면 우리 동네의

길들은 차를 타고 먼 지역에서 원정오는 아이들로 북새통이 된다. 아이 어른 할 것없이 뒤엉켜 마치 한국의 명동길을 쓸고 다니는

인파 처럼 캔디 인심이 후한 집 주위로 물결처럼 모였다가 흝어져간다. 우리 동네가 LA 에서는 아이들이 안전하게 단 것들을

챙길 수 있는 최고의 장소로 소문났기 때문이다.

 

 

할로윈날의 행사는 무척 다양하다. 귀신나오는 집, 미로 빠져나가기, 복장 행렬, 공포 영화 상영, 으스스한 음악 공연 등등은

보통이다. 할리우드 박물관 (Hollywood Museum)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인기있던 기이한 인물들과 엽기 장면들을 재현해서 전시한다.

할리우드 공원묘지 (Hollywood Forever Cemetery)는 2시간 이상 걸리는 무덤 투어 프로그램를 운영한다. 참가자들은 영화계의

유명인사들의 묘소를 방문하면서 중간중간 나타나는 소름끼치는 장치에 전율한다. 유령 기차 타기도 있다. 30분 동안 기차를 타면서

귀신이 출몰하는 괴기스러운 마을을 통과간다. 또 좀비들의 패션쇼도 있다. LA의 공영 방송국인 KCRW는 가장무도회를 주최한다.

어른들의 시끄러운 할로윈 파티인 셈이다. 할리우드에 위치한 루즈벨트호텔은 호텔 전체를 할로윈 무대로 꾸며서 투숙객들과

방문객들에게 색다른 공포와 놀라움을 선사한다.

 

하지만 할로윈날의 핵심은 아이들의 설레임이다. 거의 모든 학교에서 할로윈 복장 컨테스트가 열리고 선생님들은 준비한 캔디를

나누어 주기도 한다. 아이들은 부모 손을 잡고 호박밭(pumpkin patch)을 방문해서 마음에 드는 호박을 골라서는 마음껏 그 위에

그림을 그려 칼로 얼굴을 판다. 무섭거나 우스운 얼굴을 만든다. 눈, 코, 입 모양의 구멍을 내서 호박 안에 불을 밝혀 집 앞 현관에

놓는다. 자신만의 잭오랜턴(Jack O Lantern)이 탄생된다. trick or treat을 외치는 아이들은 이처럼 호박불을 밝힌 집들의 대문을

자신있게 두드린다. 이는 집주인이 캔디를 준비하고 아이들의 방문을 기다리고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할로윈은 가을과 겨울 사이의 축제날이다. 미국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할로윈날의 규모가 커가고 있다. 시작은 앏팍한 상술

덕분이지만 어쨋든 아이들과 어른들은 평소와는 아주 다른 괴기한 복장과 행동으로 스트레스를 풀려고 작심한 듯하다. 국가 경제를

위해서 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나라이기 때문에 그 매출의 규모를 간과할 수 없는 실정이다. 또 아이들의 인권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나라인 탓에 한국의 어린이 날 같이 아이들의 흥을 돋우어주는 날로 자리매김 되었다. 어린이들의 축제장으로 탈바꿈되었다.

 

 

할로윈(Halloween)은 2000년 전에 지금의 아일랜드, 영국, 그리고 프랑스의 북부에 살았던 첼틱(celtic)인들의 첼틱 축제인 Samhain

(소우인이라고 발음한다)에서 유래한다. 이들에게 11월 1일은 새해 첫날이었고, 새해가 시작되는 하루 전날 밤에는 산자와 망자가

함께 어울린다고 믿었다. 그래서 죽은자들이 이 날에 지상을 방문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들이 내려와서는 산자들에게 해코지를

한다고 믿었기 때문에 장작불을 지피고 자신들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색다른 복장을 했다. 43 A.D.에 첼틱인은 로마에 흡수되었다.

400년간 지속된 로마의 통치 기간 동안에 첼틱의 문화는 가톨릭 문화와 자연스럽게 융화되었다. 8세기에 교황 그레고리 삼세는

11월 1일을 모든 성인의 날(All Saints's Day)로 선포했다. 자연스럽게 전날인 10월 31일은 All Hallows's Eve (모든 성자들의 밤)으로

불리다가 후에 이 말이 Halloween Day 로 바뀌었다.

 

 

미국의 할로윈은 인디언 문화와도 결합되어서 더욱 독특하다. 자연이 주는 수확에 대한 감사함에 무서운 이야기를 곁들였다.

첼틱인의 후예인 아일랜드계의 이민지들이 할로윈 풍습의 미국 토착화를 가속화했다. 1800년대 후반부터는 할로윈의 중심이었던

귀신, 마녀, 악귀, 망자에서 함께 모여 게임을 하고 음식을 나누어 먹는 축제장의 떠들썩함으로 옮아갔다. 그리고 집 앞을 공포물로

장식을 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여파로 20세기가 되면서 미국의 할로윈은 종교와 미신적 색체를 뛰어넘어 어린이와 어른들의

신명나는 놀이장으로 변해갔다.

 

 

할로윈날에 복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trick or treat 라고 외치는 것은 영국에서 유래한다. All Souls' Day (모든 영혼의 날)

인 10월 31일에 여유있는 사람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었다. 음식을 얻어 먹은 사람들은 댓가로 베푼사람들의

죽은 가족들의 영혼을 위해서 기도를 약속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집 앞에 음식을 두어서 지상을 떠도는 망자들의 혼을 위로하고

자신들의 집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도록 했다. 이런 풍습에 유래해서 문을 두드리는 아이들에게 캔디를 나누어 주게 되었다.

 

 

다음 주 토요일에는 길을 막고 우리 동네의 할로윈 축제가 열린다. 어른 아이 할 것없이 참가자 모두가 흥을 돋운다. 은행, 부동산

회사, 상가들, 학교, 경찰서, 소방서 등등이 후원한다. 벌써 30년째 지속하고 있다. 이웃의 어린이들은 부모의 손을 끌고 복장을 

한채로 축제 마당을 누빈다. 참가한 단체들은 모두 부스를 세워서 음식이나 간식거리를 팔기도 하고 단체의 목적을 홍보한다. 인근의

초등학교의 한국 학부모회는 학교 부스 한쪽에서 한국 갈비를 구워서 밥과 김치와 함께 판매할 것이다. 손에 손잡고 구경나간

가족들은 이웃들과 안면을 익히고 이미 구면인 사람들은 오래된 친구처럼 반갑게 인사할 것이다. 나도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

축제마당에 빠지지않고 참석했었다. 아이들에게 한껏 할로윈을 담은 복장을 입히고 블락을 오가면서 눈을 즐겁게 하곤했다. 미국

아이들의 독창적이고 정성들인 할로윈 복장에 감탄하면서 생소한 미국의 풍습을 익혔었다.

 

 

할로윈날은 아이들에게는 정말 신나는 놀이마당이다. 나에게도 세월이 흐른 지금까지 색다른 문화에 젖어보는 기회가 된다.

개인적으로 할로윈날을 두고 호들갑을 떠는 미국인들의 태도에 지나침이 있다는 생각도 하지만, 일년에 한번 쯤 가면과 복장 뒤에

자신을 감추고 내면의 꿈틀거리는 욕망을 따른다는 기대감을 갖는 것은 경직된 마음을 힐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나쳐서

후회할 정도의 일탈만 삼간다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