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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어느 날의 일상

오랜만에 동네 산보에 나섰다. 초록 색의 익숙한 동네 모습에서 '단풍나무 한 그루'가 훅하고 시야에 들어왔다. LA 의 12월 초 다운 듯하지만, 저물어 가는 가을을 약간 역행한 모습으로 서있는 나무였다. 눈이 부시도록 빨간 옷을 입고서. 다른 단풍 나무들은 잎이 바랬거나 대부분 떨어져 나간 마른 모습이다. 하지만, 이 나무는 여전히 싱싱하고 통통하며, 잎들은 햇살을 받아 10대 처럼 반짝거렸다. 왠지 내 가슴에 밝은 기운이 차오르는 고무된 느낌이 일었다. 지난 달 한국 방문 때, 함박눈으로 온 거리와 빌딩, 자동차와 산과 나무들이 덮여 세상이 그토록 하얗 수 있다는 것을 - 수십년 동안 잃어버렸던 기억을 - 찾았던 것이 상기됐다. 도시 전체를 덮은 하얀 눈과 잿빛 하늘에서 쏟아지는 하얀 눈발과 극명하게..

My heartfelt story 2024.12.13

캐나다 북극해 연안 툰드라 지역의 기후 변화

학생 시절 지질 시간에 '툰드라'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툰드라는 영구 동토(fermafrost)가 있는 극지의 한랭한 지역이다. 영구 동토는 탄소 저장 기능이 있기 때문에 툰드라는 지구 생태계에  중요하다. 하지만, 지난 40년 동안 북극 지방의 온난화는 세계 평균보다 4배나 빠르게  진행되어 왔다. 북극권 툰드라에 속하는 지역에는 그린란드, 캐나다 북부, 알래스카와 시베리아 등이 있다. 영구 동토는 땅의 온도가 연중 0도 이하로 유지되어 지속적으로 얼어있는 땅을 말한다. 최소 2년 이상 얼어 있어야 영구 동토라 할 수 있으며, 두께는 지하 몇 미터에서 수백 미터에 이른다. 보통, 동토층은 토양, 모래, 유기물, 얼음 등이 섞여 수십 만년 동안 얼어 있다. 세계의 동토 1/4이 캐나다에 속하고, 이는 ..

종로 5가의 광장시장

종로구는 나와 깊은 인연이 깊다. 아마도 5살 전쯤, 이곳으로 이사해서 대학 다닐 때까지 줄곧 살았다. 그 후 강남에서 3년 정도 살다가 미국으로 떠났다. 그후에 강남에서 분당으로 이사하신 부모님 덕분에 분당을 친정으로 여기지만, 종로는 나의 마음의 고향이고 아직 부모님의 손때가 묻은 건물이 있어 식구들과 연결고리가 여전한 곳이다. 정치 1번가라고 불리는 종로구 답게 궁궐들이 위치하며, 한양 도성을 출입하는 그 유명한 사대문들이 눈에 띈다. 동쪽의 홍인지문, 서쪽의 돈의문, 남쪽의 숭례문, 북쪽의 숙정문, 그리고 대문과 대문 사이에는 작은 문 네 개도 있다. 이름이 혜화문, 광희문, 소의문과 창의문이다. '종로'라는 이름은 지금의 종로 1가에 도성문을 여닫는 시각을 알려주는 큰 종을 매달았던 '종루'에서..

한국 여행 ㅡ 평창, 생태마을, 대화성당, 대구의 계산성당과 범어성당

일년 만에 한국을 방문하고 있다. 와서 엄마를 만난 후 가장 먼저 한 일이 친구와 함께한 평창 여행이었다. 월정사에 가고 싶었고, 황창엽 신부님이 주관하시는 생태마을을 방문하고 싶었다. 평창의 '솔숲 펜션'에서 이틀을 지낸 후 대구로 내려가 매운 찜갈비를 점심으로 먹고 계산 성당과 범어 대성당을 대충 구경한 후에 상경했다.   오대산의 월정사 방문은 여러 해 동안 나의 꿈이었다. 월정사를 지나 상원사 까지 올라 선재길을 따라 걸어 내려 왔었다면 좋았지만, 그럴 에너지와 시간이 없었다. 월정사의 전나무 길을 걸어보는 것만으로 나의 로망 중의 하나를 지워야 했다. 가을의 정취가 항상 푸른 전나무와 뒤섞여 있는 것이 약간의 불만이었다면 불만이었을까? 행복한 걸음을 재촉한 시간이었다.       미국서 황창엽 ..

예측 불가인 미국 대선 결과

내일이 미국 대선 날이다. 걱정스럽고 불안하다. 그렇게 하자가 많고 불합리한 인격체인 도널드 트럼프의 승리를 원하는 미국 국민이 적어도 전체 인구의 반이나 된다. 이들이 눈과 귀를 열고 사는지 긍금하기도 하다. 이런 현상은 미국 정치가 둘로 갈라져 깊이 교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대선 후보 양 진영이 승리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돈을 퍼붓고 있지만 지지율엔 변동이 없다. 이에 캠페인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느낌을 준다.   이제 카말라 해리스는 경합주 7개 중에서 조지아, 애리조나, 네바다(이 3개 주를 선벨트 sunbelt 주라고 부른다) 및 노스 캐롤리나 주에서의 승리를 접고 블루월(blue wall states)이라고 불리는 펜실베니아, 미시간, 위스콘신에서의 승리에 기대고 있다. 반면, 트럼프는 선벨..

미국에서는... 2024.11.05

아몬드 나무의 해충, 나방을 불임으로 만들기

아몬드 꽃은 아름답다. 화려하고 탐스러운 것이 마치 벚꽃을 연상시킨다. 2월 말과 3월 초 사이에 꽃이 만개하면 마치 하얀 눈이 나무를 덮은 듯하고 나무가 늘어선 지역은 꽃 길이 되어 관광객들이 몰려든다. 특히 중가주의 'Almond Blossom Avenue' 길이 유명하다. 캘리포니아에서 생산된 아몬드는 미국 소비의 100%를, 전 세계 소비의 80%를 충당한다.    그런데 배꼽 오렌지 벌레(navel orange worm)가 매년 수확량의 2%를 먹어 치운다. 작년에는 그 두 배를 먹었다. 아몬드 해충을 벌레라고 부르지만 사실은 나방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고온으로 나방의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나방의 메타볼리즘이 온도와 관련이 있어서다. 온도가 높을수록 성장과 번식은 빨라진다. 1940 ..

노벨 화학상과 물리상의 주역은 인공지능

올해의 노벨 물리학상과 화학상은 모두 인공지능의 개발과 쓰임새에 관한 업적을 쌓은 인물들에게 돌아갔다. 생물학적 시스템과 과정을 연구하기 위해 컴퓨터 기반의 방법을 적용하는 '계산 생물학(Computational Biology)'에 기여한 사람들이다. 물리학상은 컴퓨터가 인간 두뇌와 유사한 방식으로 학습할 수 있게 한 두 과학자에게, 화학상은 인공지능으로 새로운 단백질을 발명하거나 혹은 기존 단백질의 구조를 밝혀 신약 개발 등에 획기적인 도움을 준 세 명의 연구자에게 돌아갔다.   먼저 물리학상을 받은 존 홉필드(John J. Hopfield)와 제프리 힌튼(Geoffrey E. Hinton)의 경우를 보자. 존 홉필드는 사람 뇌의 신경망에서 영감을 받아 데이터의 패턴을 저장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연상..

한강의 노벨상 수상과 해외 반응(미국과 영국)

한국에 강한 독서 바람이 불고 있다고 한다. 마침 가을이다! 한강 작가의 책들이 서점가에서 날개돋친 듯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 갑작스러운 현상은 그녀의 뜻밖의 노벨 문학상 수상 덕분이다. 한강은 한국인의 고난과 저력 및 지성 등이 만든 성숙한 작가다. 노벨상 뉴스는 나에게 놀라움과 함께 엄청나게 커다란 파도가 밀려와 가슴을 헤집는 듯한 감흥을 주었다.    국내외로 유명 인사가 된 한강에 관한 정보와 소식은 많다. 작품들에 관한 소개도 넘친다. 그래서 나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바탕으로 해외와 외국인들의 반응을 포스팅하려고 한다.  노벨 문학상은 가장 권위있는 상으로 작가, 시인 또는 극작가들의 경력에서 중요한 정점이 된다. 비교적 젊은 나이에 수상한 한강이지만 1907년 수상자인 41세 러디야드 키플..

코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이제 대선 까지 꼭 25일 남았다.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나는 지난 8일 우편 투표 봉투를 받았다. 우편 투표는 전에도 있었지만 펜데믹 이후 인기 투표 방법으로 자리매김 했다. 팬더믹 전에는 우편 투표를 원하면 선거 때마다 신청해야 했지만, 지금은 전에 우편 투표를 했고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선거 때마다 여유 시간을 두고 미리 보내온다.   이번 47대 대통령 선거는 전혀 예측할 수 없는 대선이라고 한다. 후보자들의 지지도가 초박빙이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 여론 조사인, 지난 8일의 뉴욕타임즈와 시에나 칼리지의 조사 결과를 보면 "만약 지난 8일에 선거가 열렸다면 카말라 해리스가 49%, 도널드 트럼프가 46%표를 얻을 것"이라 발표했다. 두사람의 지지율은 9월 말이나 10월 초만 해도 동률이었다..

미국에서는... 2024.10.11

인터넷과 언어

인터넷의 등장으로 우리의 삶은 여러 측면에서 변화를 겪었다. 그 중 가장 놀라운 변화는 언어에 대한 것이다. 언어는 살아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의 보급으로 새로운 표현 방식과 어휘가 등장했고, 문법과 문장 구조(syntax) 또한 재구성됐다. 인터넷은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뿐만 아니라 문화, 개인적 정체성에도 영향을 미친다.   *인터넷으로 비공식적인 소통 방식이 부상했다.소셜미디어, 인스턴트 메시징, 포럼  등 플랫폼의 번창 덕분에 비공식적인 소통 방식이 부상했다. 우리는 문법적 정확성 보다 속도와 간결성을 더욱 우선시 하기 때문에 약어(abbriviation), 두문자어(acronym), 속어(slang)를 쓰려고 한다. "laugh out loud, 크게 웃다"는 LOL으로, "be right..